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하루 전인 4일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 대해 "정부가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적절치 않아 당국 간 대화를 제의했고 여기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오라는 것"이라며 "일주일동안 기다렸고 오늘 아침 9시에도 (판문점 연락 채널) 개시통화를 했는데 답이 없었다. 그래서 (북한에) 계속 침묵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월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금이라도 재발방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해주기 바란다"면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마지막으로 제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북측의 반응이 없자 정부는 지난 4일,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해 "북측이 개성공단을 남북관계의 시금석이라 여긴다면 침묵이 아니라 책임있는 말과 행동으로 그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며 북측에 회담으로 나올 것을 거듭 강조했다.
당장은 북측이 정부의 대화 제의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개성공단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측이 대화 제의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 지난 7월 25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6차 실무회담 직후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남측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남북은 이날 이후 열흘이 넘도록 회담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동취재단 |
우선 개성공단 가동 중단 책임과 재발방지에 대해 양측이 여전히 첨예한 입장차를 보여 회담 재개가 쉽지 않은 상태다. 류 장관은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던 회담 제의에서 재발방지에 대한 책임이 북측에 있음을 명확히 했고, 이를 북측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사실상의 전제조건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북측은 '공단 운영을 저해시키는 남측의 정치·군사적 행위'가 가동 중단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공단 가동 중단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북측이 류 장관의 회담 제의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오는 19일 시작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도 회담 재개 가능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북측이 공단 가동 중단 이유로 주장한 '공단 운영을 저해시키는 남측의 정치·군사적 행위'에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도 포함된다. 북측은 이미 지난 7월 31일 <노동신문>을 통해 UFG 연습이 시작되면 "한반도 정세가 예측할 수 없는 엄중한 '전쟁폭발국면'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북측이 '남측의 제안은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류 장관이 북한에 회담을 제의할 때 북측 반응이 없으면 '중대조치'를 내리겠다며 일종의 위협을 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남측이 진정성을 갖고 개성공단 정상화를 하려는 것인가'라며 남측의 의지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남측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이고 새로운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태에서 개성공단이 정상화되려면 북측이 남측의 회담 제의를 수용하는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북측이 남측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결단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공단이 폐쇄 수순으로 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폐쇄 수순으로 진행되면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는 "남북 모두 개성공단을 남북 교류협력의 시금석으로 보고 있는데, 공단이 폐쇄되면 이 정부 임기 내에서 남북관계는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북한이 굴복하기를 기다리면서 원칙과 국제규범, 신뢰를 강조하고 있는데 남북관계의 첫 단추가 이렇게 끼워지면 앞으로 남은 것은 충돌할 일밖에 없다"며 "지금은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잘하고 있다고 하지만 충돌 국면에서는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정부가 이에 대한 우려가 별로 없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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