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는 21일 집권시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정치가 부정과 부패에 절어 있고 혼돈과 혼란 속에서 힘들어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며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오는 2004년 5월 제17대 국회 개원과 함께 대통령과 '책임형 국무총리'가 권력을 실질적으로 분점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을 발의,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통일.외교.국방, 총리는 경제.치안.복지**
정 후보는 "대통령은 통일, 외교, 국방 등을 담당하고 총리는 경제, 치안, 복지 등을 담당하며 각각 자신이 통할하는 분야의 각료에 대한 실질적인 임명권을 갖도록 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정보기관은 대통령 밑에 두고 검찰권, 조세권, 금융은 총리권한 하에 두며, 감사기능은 행정감사를 제외하고 국회에 귀속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총리는 대통령 지명과 국회 인준을 거쳐 임명하되, 국회의 불신임에 의하지 않고는 해임되지 않으며, 국회가 내각불신임 결의권을 갖는 대신 내각은 국회해산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고 대통령은 그 건의를 받아 국회를 해산할 수 있도록 했다.
정 후보는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하고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대선과 총선을 일치시키기 위해 오는 2008년 18대 총선과 17대 대선을 동시 실시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가 이같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공약화 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정 후보는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찬성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개헌론은 그간 대선가도에 있어 합종연횡의 도구로 제기되어 왔으며 '권력분점'을 전제로 후보단일화 성사를 분석하는 시각도 있어 정 후보가 이날 개헌론을 공약으로 내건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 후보도 권력구조 개편 개헌 공약 내걸어**
이와 관련,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지난 18일 20대 정책, 150대 핵심공약을 발표하면서 임기내 개헌 추진과 책임총리제 실천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어 주목된다.
노 후보의 개헌안이 정 후보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 처럼 구체적인 것은 아니다. 노 후보는 "임기내 국민 뜻을 모아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추진키로 했다"고만 밝혔다.
동시에 "책임총리제를 실천해 책임행정을 구현하고 청와대를 국가경영전략 및 주요 현안에 대한 조정기능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즉 노 후보의 책임총리제가 현행 헌법 하에서의 총리 권한 강화인지, "국민 뜻을 모아 추진하겠다"는 개헌안과 관련된 것인지 아직 분명치 않다.
하지만 개헌과 책임총리제를 동시에 언급했다는 점에서 정 후보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과 유사한 내용으로 발전할 소지는 충분하다.
***후보단일화 이후 권력분점 약속 아니냐?**
따라서 18일 노 후보가 개헌과 책임총리제를 언급한 데 이어 21일 정 후보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으로 화답하자 후보단일화 이후 권력분점 구도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즉각 대두되고 있다.
노-정 두 후보 모두 "후보단일화일 뿐 권력 나눠먹기가 아니다"라고 여러차례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후보단일화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 잇따라 터져나온 두 후보의 권력분점 공약은 그 방향과 내용이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후보단일화 합의와 권력분점 공약을 떼어놓고 해석하기 어렵다. 단일화된 후보가 당선시 대통령-책임총리로 두 사람이 역할을 분담하고, 2004년 총선에서 개헌을 공동 공약으로 내걸어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추진, 권력분점을 제도화하는 시나리오에 합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 후보가 이날 "이같은 분권형 대통령제는 연립내각의 수립을 가능케 함으로써 다수의 정파가 힘을 합칠 수 있고, 대립과 갈등의 정치 대신 통합의 정치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노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노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는 것과 관련, 정 후보의 개헌 공약이 후보단일화와는 상관없이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를 주장해온 민주당 반노 중진들과 자민련 김종필 총재, 하나로 국민연합 이한동 후보와의 연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일종의 양수겸장이다. 후보단일화가 성사되면 노 후보와, 단일화가 깨지면 제3세력과 연대하기 위한 틀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을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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