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희생자 가운데 1천7백15명이 20일 ‘4.3특별법’에 의해 ‘희생자’로 공식 결정됐다.
정부는 이날 김석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제5차 회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00년 1월 ‘4.3 특별법’이 공포된 이래 2년10개월 만에 처음 이뤄진 것으로, 4.3사건 관련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4.3평화공원에 유해 안치, 후유장애 치료비 지원**
이날 회의에는 총 1천801명에 대한 희생자 결정안이 상정됐으나 86명은 이미 국가유공자 예우법에 따라 별도로 명예회복이 이뤄졌기 때문에 ‘2중 명예회복’ 논란이 제기돼 4.3사건 희생자 결정이 유보됐다.
이번에 결정된 희생자 1천7백15명은 남자 1천3백명, 여자 4백15명이며, 희생 유형별로는 사망 1천4백73명, 행방불명 2백42명이다. 특히 사건 당시 10세 이하 희생자 1백4명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날 결정된 희생자에 대해 개별보상은 하지 않는 대신 포괄적 보상 차원에서 제주도가 내년말 완공 목표로 조성중인 12만평 부지의 4.3 평화공원에 유해를 안치, 위령사업을 벌인다. 또 생존 후유장애자 1백42명에 대해서는 치료비 지원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희생자 심사 대상이 1만 4천여명에 달하는 만큼 앞으로 분기별 1회씩 회의를 개최, 오는 2004년 말까지 희생자 심의 대상자에 대한 심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날 결정은 지난 2000년 6월부터 2001년 5월까지 접수한 4.3희생자 사망 1만7백15명, 행방불명 3천1백71명, 후유장애 1백42명 등 총 1만4천28명 가운데 시ㆍ군의 사실조사와 심사소위 회의를 거친 1천8백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수형인도 희생자 지정 대상에 포함시켜야”**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제주 4.3 관련 단체 및 제주도민들은 환영 의사를 밝혔으나 당시 수형인으로 분류된 사람들에 대한 심사를 미룬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 4.3 연구소 오승국 사무처장은 “제주 4.3 특별법이 제정된지 거의 3년만에 내려진 이번 결정으로 지금까지 폭도, 빨갱이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아온 제주도민들의 명예회복 기회의 물꼬를 텄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그러나 “4.3 특별법 제정 이후 우익 쪽에서 4.3 사건 당시 재판을 받아서 수감됐던 수형인은 희생자 지정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들도 희생자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처장은 “수형인 희생자들은 당시 변호사 지원도 받지 못하는 등 형식적이고 강압적인 재판을 통해 국가에 의해 불법 감금당한 것”이라며 “3천여명에 달하는 수형인들이 희생자에서 배제된다면 도민사회에 커다란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처장은 “수형인들도 희생자로 결정돼서 반세기 만에 제정된 4.3 특별법 정신을 살리고 우리나라가 인권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4·3유족회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심사소위원회에서 4·3 당시 수형인으로 분류된 사람들에 대한 심의를 미루고 이번 전체회의에 상정 조차 하지 못한 일은 심히 유감”이라며, “중앙위원회가 소수 위원과 극우단체의 눈치를 보며 확실한 입장을 정리 못하는 것은 4·3 해결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족회는 “중앙위원회는 1천8백1명 모두를 희생자로 결정하고 수형인과 후유장애자 역시 신속히 심사에 임할 것”과 “신고인이 고령이고 일부 신고자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후유장애자 역시 인도적 차원에서 하루속히 심사해 법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2월까지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작성을 완료한다는 목표 아래 현재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러시아 등 해외에서 발굴한 자료 1만5백76건의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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