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막판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사회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지지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같은 사회당의 입장은 행정수도 이전을 비판하고 있는 같은 진보계열의 민주노동당과 구별되는 것이어서,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이념적 차원을 넘어서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당 "노 후보 입장에 원칙적 찬성"**
사회당 윤성환 부대변인은 14일 '행정 수도 이전 공방, 옮길 것은 옮겨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우리 당은 노무현 후보가 제기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일부에서 노 후보 주장이 정략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나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만큼은 누구라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사회당은 이어 15일 정책위원회에서 성명을 통해 "서울의 넓이는 전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21.4%인 1천31만명(2001년 조사)이 몰려 살고 있으며, 공공기관의 84%, 대기업 본사의 88%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면서 "수도권 과밀화로 인한 '외부비경제' 효과가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아졌고, 서울시민은 쾌적한 자연환경을 잊은 지 오래"라고 행정수도 이전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책위원회는 "더욱 심각한 것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교육, 문화, 의료 시설로 인해 타 지역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사회당은 서울의 기능별 분산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또 "서울의 기능 분산과 지역 교육, 문화, 의료 인프라의 확충 사업이 지역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거나, 혹은 현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소하지 못하고 진행된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의 지역 차별 해소가 아니다"라며 "지역간 차별해소는 궁극적으로 빈부 격차의 해소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당의 이같은 행정수도 이전 찬성 입장 발표는 이번 선거가 무조건적 비판에서 정책별 지지 및 반대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증거로,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민노당 "노 후보 주장은 정략적 발상"**
이에 반해 같은 진보계열의 민주노동당은 노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노당은 "양당간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공방이 정략적 접근"이라며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동시에 공격했다.
민노당 김종철 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대선정국에 들어와서 느닷없이 수도이전 공약을 제시한 노 후보와 민주당은 비판받아야 한다"면서 "집권 5년 내내 수도이전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다가 대선국면에 들어와서 수도이전이 핵심공약인 양 발표한 것은 충청지역 득표를 위한 공약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또 "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수도이전 논쟁에 대해 철저히 수도권 주민들의 땅값폭락 심리, 불안심리를 자극함으로써 수도권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이런 지역주의적 접근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이에 앞서 지난 12일 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요한 것은 전국 각 지역이 교육, 일자리, 문화에 있어서 낙후되지 않고 균형발전 할 수 있도록 '지역균형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라며 "이런 기본논의 없이 진행되는 행정수도 대전지역 이전 논쟁은 단지 충청지역과 수도권 주민들의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권 후보는 "과연 행정수도 이전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념과 정책을 가를 핵심적인 기준이냐"면서 "국민을 현혹하는 기만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전 국토와 지역의 균형발전계획, 그리고 지방분권의 확립에 대해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16일 밤에 열릴 마지막 TV토론에서도 이같은 입장에서 노 후보와 이 후보 모두를 공략할 것이 예상된다.
다음은 사회당과 민노당에서 발표한 논평 전문이다.
***행정 수도 이전 공방 , 옮길 것은 옮겨야**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서울 공화국이다. 서울 넓이는 전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21.4%인 1,031만명(2001년 조사)이 몰려 살고 있다. 공공 기관의 84%, 대기업 본사의 88%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전국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것도 서울 강남의 아파트이다. 집값, 전세값 폭등으로 집 없는 서울 시민의 허리는 휠 정도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통난과 대기오염은 서울 시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도 40개가 넘는 종합대학이 몰린 서울로 오기 위해 전국의 고등학생들은 해마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치른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역간 균등 발전을 위한 해결책은 한가지뿐이다. 서울을 해체하여 집중된 서울의 기능을 분산해야 한다. 청와대, 국회, 정부종합청사, 공기업 본사, KBS 본사, 서울의 종합 지방 대학 등을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 이렇게 하면 수십만의 공무원과 대학생 그 가족이 서울을 빠져나갈 것이다. 서울도 인구 500만 정도의 쾌적한 경제, 환경, 문화의 도시로 바뀔 수 있다. 이 점에서 우리당은 지난 6월 서울 시장 선거를 통해 '서울을 해체'하고, 행정, 경제, 교육 등 서울의 주요 기능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당은 최근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제기한 행정 수도 이전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일부에서는 노후보의 행정 수도 이전 주장이 정략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나, 행정 수도 이전의 필요성만큼은 누구라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 수도 이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간 균등한 교육, 문화, 의료 체계가 동시에 갖추어져야 한다. 또한 행정 수도 이전 과정에서 벌어질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친환경적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2002년 12월 14일
사회당 선거대책본부 부대변인 윤성환
***정략적 수도이전 논쟁 중단하라**
이·노 후보 정략적 접근으로 지역주의 부추겨… 지역균형발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대통령 선거 막바지에 수도이전 논쟁이 한창이다. 우리 당은 이회창·노무현 두 후보진영의 수도이전 논쟁이 갈수록 정략적으로 번지고 있다고 판단하며 이에 수도이전 논쟁의 중단을 요구한다.
대선정국에 들어와서 느닷없이 수도이전 공약을 제시한 노후보와 민주당은 비판받아야 한다. 집권 5년 내내 수도이전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다가 대선국면에 들어와서 수도이전이 핵심공약인 양 해버리면 도대체 국민들이 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판단하란 말인가. 아무리 봐도 충청지역 득표를 위한 공약에 불과하다. 더구나 수도권의 과밀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적어도 수백만명이 이전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이나 한 말인가. 그렇게 졸속으로 하다보니 결국 '땅값 떨어진다'는 역풍이나 맞고 있는 것 아닌가.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이후보와 한나라당은 수도이전 논쟁에 대해 철저히 수도권 주민들의 땅값폭락 심리, 불안심리를 자극함으로써 수도권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지역주의적 접근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
수도이전 문제에 대한 두 당의 기본적 이념과 정책 차이가 도대체 무엇이 있나. 단지 누가 먼저 이 공약을 선점했느냐는 정략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 당은 수도이전 문제보다 지역의 균형발전 문제가 핵심이며, 이를 위해 교육시설·일자리·문화시설 등의 균형배치 등을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근본적인 접근 없이 이뤄지는 현재의 수도이전 논쟁은 이·노 두 후보진영의 천박한 지역분권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당장 정략적 수도이전 논쟁을 중단하라.
2002년 12월 15일
민주노동당 대변인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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