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17일 "반부패 법안 중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되어 있거나 심의 중인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마포의 한 호텔에서 참여연대, YMCA,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백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선유권자연대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약속하고, "부패방지를 위한 법안의 보충이나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선연대의 의견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또 "혹시 '적과의 동침'이 될까봐 걱정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적이 아니다"며 "우리 당은 부정부패 청산에 어느 당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법률들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할 것인지, 새로운 입법은 언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선유권자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그간 ▲상설적 특검제 및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형태의 특별수사기구 설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실시 등 검찰청법 개정 ▲고액 현금거래 보고제 도입 등 돈세탁 방지법 개정 ▲재산등록 고지 거부권 삭제 등 공직자 윤리법 개정 ▲선관위에 신고한 단일계좌 사용과 수표사용 의무화 등 정치자금법 개정 ▲국정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금융감독위원장 등 인사청문회 범위 확대 등 반부패 법안에 대한 연내 처리를 주장해왔다.
현재 의원발의로 국회에 계류 중인 반부패 법안은 인사청문회법(한나라당 최연희 의원), 검찰청법(한나라당 안상수 의원), 공직자윤리법(민주당 신기남 의원) 등이다. 또 시민단체들은 국회에 위에서 언급한 반부패 법안을 입법청원한 바 있다.
***'대선자금 공개'는 검토중이라며 일단 거부**
이 후보가 일부나마 반부패 법안들을 대선 전에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국회 과반수를 넘는 의원을 확보하고 있는 제1당 대선 후보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또 이 후보가 이날 반부패 입법에 대해 밝힌 입장은 전에 비해 전진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 후보는 상설특검제와 대선자금 내역 공개에 대한 대선연대의 요구는 사실상 거부했다.
이 후보는 "상설특검제는 반대하지만 기존 부패방지법에 특검제가 포함된 것과 같은 한시적 특검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대선자금의 투명한 공개, 정책중심의 선거운동 등 내용을 담은 '국민과의 약속문'에 서명할 것을 요구받았으나 이 후보측은 '아직 검토 중'이라며 이날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 후보의 이런 입장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선자금의 인터넷 공개를 약속한 상태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선연대는 다음 주중 다른 후보들과도 간담회를 갖고 반부패입법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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