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작가와 80년대 상징적 가수들의 만남.
지난 4일과 11일 열렸던 <문학카페 명동>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4일엔 환갑이 훌쩍 넘어 머리에 서릿발이 내린 소설가 현기영씨와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아이콘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이 만났다. 11일엔 소설가 박완서씨와 억압적인 80년대에 저항과 자유를 노래했던 전인권이 한 무대에 섰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한 박완서와 전인권**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있는 게 너무 대조적으로 보일 것 같다. 노래로는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파격적인 분인지는 몰랐다. 저처럼 세속적 규칙, 규범에 얽매어 사는 사람들은 파격에 매력을 느낀다. 늘 파격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꿈꾸면서 이렇게 나이들어 버렸다."
소설가 박완서씨가 밝힌 전인권씨와의 첫 만남 소회다.
전인권씨는 "최근에 박완서 선생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책을 40페이지 가량 읽었다. 내 가슴에 모두 인쇄하고 싶었다"며 한 무대에 서게 돼 영광이라고 답했다.
무대 위가 낯선 박완서씨는 칠순이 넘은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만큼 '수줍음 많은 작은 소녀'같아 보였다.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 것이 좋아서 노래를 하게 됐다"고 밝히는 전인권씨의 카리스마는 보는 이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너무나 대조적으로 보여지는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무대가 불협화음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언뜻 보기에 별로 '나눌' 것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했고 함께 무대위에서 '이야기'를 엮어 나갔다.
박완서씨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작품 '새를 위하여' '그 남자네 집'의 일부를 들려줬다.
전인권씨는 걸걸한 목소리로 '사랑한 후에' '이매진' '사노라면' '그것만이 내 세상' 등을 불렀다. 내년 봄께 전씨는 "정말 좋은 노래를 발표하고 싶어 미뤄뒀던" 새 음반을 13년만에 발표한다.
***현기영, "80년대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던 시기"**
한편 지난 4일 현기영씨와 노찾사가 함께 했던 공연에선 현기영씨가 노찾사와 함께 '광야에서'를 열창해 화제를 낳았다.
현기영씨는 "80년대는 노래로 치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던 시기였다. 노찾사는 그 전위에 섰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년전 발전적 해체를 선언하며 활동을 중단했던 노찾사는 "우리가 겪은 체험과 살아온 삶의 자양분을 바탕으로 기존 노찾사의 정체성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가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찾사는 "다음 세대까지 삶을 들여다보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멤버 한사람 한사람이 낮은 데서부터 다양한 활동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외국인 노동자 복지기금 마련을 위한 <문학카페 명동>은 11월 마지막 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명동 밀레오레 18층 이벤트홀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단 오는 18일 박범신과 정태춘의 공연은 두 사람의 일정상 오후 6시로 한시간 앞당겨졌다.
구체적 일정은 다음과 같다. 출연자 명단은 문인-가수-사회자 순.
▲10월 18일(오후 6시)〓박범신(소설가)-정태춘-신수정(평론가)
▲10월 25일〓천양희(시인)-강산에-백지연(평론가)
▲11월 1일〓김주영(소설가)-장사익-박수영(소설가)
▲11월 8일〓김지하(시인)-조용필(출연 미정)-정복여(시인)
▲11월 15일〓황석영(소설가)-권진원-천운영(소설가)
▲11월 22일〓고은(시인)-이은미-김선우(시인)
▲11월 29일〓강은교(시인)-크라잉넛-김수이(평론가)
참가비 2만원. (공연문의 02-313-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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