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갑길 의원이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와 부천 범박동 재개발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인 기양건설 업주 김병량씨간 '커넥션'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당 전갑길 의원은 "부천 범박동 재개발사건 의혹에 관련된 기양건설 김병량씨가 약 4백억원의 로비자금을 조성, 지난 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대통령 후보 부부와 측근인사들에게 최소 80억원 이상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이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한 공적자금 국정조사 청문회를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것은 이 후보와 부인 한인옥씨가 김병량씨와 시온학원 관계자들로부터 거액의 비자금을 수수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 의원의 이날 발언은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공적자금 중 얼마가 어느 기업에 들어가고 그 돈이 누구 손에, 어느 당에 들어갔기에 국정조사마저 무산시켰는지 알만한 국민은 짐작하고 있다"며 "확실한 증거가 확보되는 대로 그 음모의 실상을 국민께 분명하게 보고드릴 것"이라는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범박동 재개발사업은 현 정권과 관련된 비리의혹이며 기양건설엔 공적자금이 투입되지도 않았다"면서 "이 후보와 기양건설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어 '병풍'에 이은 또 하나의'진실게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인옥씨와 친척인 부인 통해 비자금 전달"**
전 의원은 "김병량씨가 97년 1백47억원의 어음을 발행해 극동건설의 지급보증을 받은 뒤 극동건설 자회사인 동서팩토링을 통해 어음할인을 받아 토지매입에 72억원, 자택구입 및 개인부채 변제에 17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이 후보 부부와 정치권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기양건설 비자금 조성에 대해 "97년 어음발행으로 46억원, 99년 LG와 현대건설간 시공사 변경과정에서 6억원, 2000년 4월 BHIC를 통한 공적자금 회수과정에서 227억원, 신앙촌내 학교 조성공사건 25억원, 상가 조성 과정에서 1백20억원 등 총 5백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지만 검찰 조사에서 파악된 것은 2백70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주)BHIC는 기양건설 후신 기양산업이 부실채권 인수를 위해 설립한 유령회사다.
전 의원은 "비자금이 브로커인 재미교포 Y씨, 시온학원 이사장 이청환씨를 통해 이 후보와 정치권, 검찰, 경찰, 금융계로 유입됐다"며 "김병량이 '대장'이라고 부르는 이청환은 이 후보와 측근 H, J 의원과 경남출신 K 의원 등 정치인을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 의원은 이 후보측으로의 자금유입 경로에 대해 "김병량 처 장순례가 한인옥씨와 친척이라는 점을 이용해 이 후보 부부와 측근들에게 80억원 이상을 건넸다"면서 "97년 11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인옥씨 지역모임에 김병량은 처와 기양건설 간부, 이청환이사장 등을 대동하고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장순례가 한인옥씨에게 '언니'라고하는 것을 동석했던 간부들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김병량씨 비자금으로 추정된다며 주택은행 서여의도 지점 발행 120여억원에 달하는 어음 4건과 번호를 공개하고 이중 97년 10월 19일자 30억원짜리 어음과 12월11일자 5억2천만원짜리 어음이 이 후보측에 제공된 돈과 관련이 깊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이청환 이사장이 기양건설 배동춘 이사에게 보낸 팩스에 '예금주가 박윤명으로 된 국민은행 통장 계좌번호 105-21-1031-908에 58억원을 보내달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 계좌를 추적하면 이 후보 부부와 측근 의원들에게 제공된 일체의 비자금내역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지난 8월 국회 본회의에서 "이 후보 장남이 거주하던 가회동 빌라(202호)는 김병량씨가 이 후보에게 제공한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김씨와 이 후보간 커넥션에 대해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한나라당 "박지원이 로비대상"**
한나라당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엄호성 의원은 "기양건설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 아니다"면서 "로비창구라고 밝힌 Y씨는 김대중 대통령, 박지원 청와대비서실장과 가까운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엄 의원은 또 "한인옥과 장순례는 친인척 관계가 아니다"면서 "부천 범박동 인허가권자는 당시 원혜영 부천시장, 임창렬 경기지사 등 모두 민주당 사람이며 당시 정치탄압을 받고 있던 이 후보에게 로비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한인옥씨와 관련됐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기양건설과 대립되는 곳에 세경건설이 있고, 세경 뒤에 이 정권의 실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영 의원은 "이 정권이 이회창 죽이기에 혈안이 돼 있는데 지난 7월 검찰 수사에서 그런 단서가 나왔다면 왜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김문수 의원은 "만약 로비가 있었다면 핵심대상은 박지원 실장"이라며"기양건설은 자본금이 3억원에 불과하고 부천 사무실에 단 한명의 직원도 없는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인데, 누구한테 몇백억원을 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6월 부천 범박동 재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번 사건은 권력 실세와 대통령 친인척, 검찰, 경찰 등이 돈을 받고 비리를 저지른 제2의 권력비리"라고 주장하며 '범박동 재개발의혹 진상조사특위'(위원장 홍준표 의원)을 구성해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특위는 "대통령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보전무의 개입경위 등 공적자금 집행과 관련된 비리의혹도 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으나 이후 별다른 성과없이 흐지부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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