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선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게 아니라 후보들이 동원한 것이다."
이 말은 민주당 국민경선 과정에서 '공정성'을 문제 삼았던 이인제 의원이 한 말이 아니다. 국민경선 당시 선거관리위원장으로 '경선 결과에 대한 승복과 경선의 한국정치사적 의의'에 대해 앞장서 역설했던 김영배 고문이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노무현 후보를 공격하다가 튀어나온 말이다.
민주당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배 고문의 이같은 발언으로 후단협과 노무현 후보 선대위간 갈등은 수습하기 힘든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김 고문의 발언은 국민경선 자체의 정당성마저 문제삼는 것이며 경선을 통해 선출된 노 후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국민경선 성공시켜 정권재창출 이루자"더니..**
짙은 눈썹이 인상적인 김 고문은 지난 3~4월 민주당 국민경선과정에서 선관위원장을 맡아 개표 결과를 발표하는 극적 역할을 맡음으로써 TV 등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김 고문은 전북경선 대회사에서 "주말이면 3천만명의 눈과 귀가 이 김영배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며 자신의 역할에 대단히 흐뭇해 하기도 했다.
그는 또 "국민경선제를 성공시켜 반드시 정권재창출을 이루자"며 공정한 경선을 치를 것과 경선결과에 승복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마지막 경선지였던 서울경선에선 '노사모'가 경선열기 고조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공개리에 노사모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던 김 고문이 8일 돌연 "국민경선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게 아니라 동원된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얘기하면 누워서 침뱉기 식이니까 말을 안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라이'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는 말바꾸기가 아니냐는 게 당 안팎의 따가운 눈총이다.
***후단협과 선대위, 루비콘 강 건너가**
김고문 발언에 대해 당연히 노무현 후보측은 펄쩍 뛰는 분위기다.
유종필 공보특보는 "김 고문은 경선 당시 선관위원장을 하면서 국민경선의 의의를 말하던 분이 아니냐"면서 "국민경선의 의의를 폄하시켜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노후보의 선대위측은 8일 한때 후단협 김영배 회장 등을 '해당행위'로 규정, 제재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이날 "징계 절차로 들어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며 "당내에서도 싸울 수 있지만 국민심판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밝혀 구체적 징계절차를 밟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 고문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후단협에서조차"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후단협 부회장인 김원길 의원은 9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김 고문의 발언에 대해 "다소 증폭된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말이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제는 김 고문의 이번 발언으로 후단협과 선대위간 갈등이 감정상 해소될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너갔다는 데 있다.
후단협측은 외형상 노무현 후보까지 포함하는 '6자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후보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치 않음으로써 사실상 노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완전 차단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김영배 고문은 이번 발언으로 자신뿐 아니라 후단협의 정당성을 훼손했다"며 "후단협이 계속 이런 네가티브로 나갈 경우 설령 정몽준 후보와 합친다 할지라도 유권자의 지지를 결집시키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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