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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꽃미녀' 응원단 곱긴 고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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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꽃미녀' 응원단 곱긴 고운데....

<기자의 눈> ‘여성’ 도구화, 남이나 북이나 매한가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회적 금기 타파 내지는 갈등 해소에 여성의 미모만큼 효과적인 것이 있을까?'

하리수씨가 인기를 얻기 시작할 때 온몸에 소름이 쪽쪽 돋을 만큼 절감한 부분이다.

성적 다양성에 대한 공론화된 논쟁이 한번도 없었던, 뿌리깊은 유교사상으로 서양과는 또다른 이성애 중심의 보수적 성윤리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 연예인이 그토록 쉽게 수용되는 것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부산아시아게임 북한의 '꽃미녀 응원단'에 대한 언론을 위시한 전사회적 열광에서도 비슷한 기운이 감지된다.

응원단 2백80명중 2백39명을 차지하는 '성형하지 않은 순수 미녀'들의 미소에 남한 남성들의 얼어붙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있다.

***"역시 남남북녀", 언론 연일 북 응원단 찬양**

지난달 28일 부산 다대포항을 통해 북한 응원단이 입국한 이래로 언론은 "역시 남남북녀"라며 연일 북한 응원단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느라 바쁘다.

"북 꽃미녀 응원단 참! 곱다"(경향신문 9월 30일자), "세련된 외모, 절도있는 응원, 北女 응원단 눈에 확 띄네"(동앙일보 9월 30일자), "빼어난 외모, 화려한 복장, 일사불란한 응원, 북 응원단 명물로 떳네"(조선일보 9월 30일자), "북한 미녀 응원단 시선집중"(중앙일보 9월 30일자)...

20대 초반의 여성 예술인과 여대생들로 구성된 북 꽃미녀 응원단은 "가는 곳 마다 인기폭발"(경향신문 10월 1일자)이고 "北女 신드롬으로 부산을 달구고"(대한매일 9월30일자)있다.

북한 응원단의 숙소인 만경봉호가 정박 중인 다대포항엔 연일 5천여명이 관광객들이 몰려들 정도다. 지난 83년 북한의 간첩침투 사건으로 '유명'했던 다대포항엔 이제 북한 미녀들을 칭송하는 소리가 드높다.

인공기 응원 찬반 논란,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한 선수단 동시 입장에 대한 찬반 논쟁이 도대체 언제 있었나 싶다.

***'미녀 응원단'의 놀라운 성과?**

물론 꽃미녀 응원단 덕분에 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남북 화해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부정하고 싶지 않다.

북한이 대규모 선수진과 함께 응원단을 보낸 것은 체제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표현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인정한다.

때문에 "김정일 정권이 고도의 미인계를 통해 남한 남성들을 홀리고 있다"(조선일보, 10월 1일자)는 냉전적 사고를 다시 들이대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남한의 북에 대한 경직된 사고를 허물어뜨리는 데 '미모의 젊은 여성 군단'만큼 쉽고 효과적인 게 있었을까 생각하니 좀, 아니 많이 씁쓸하다.

이산가족들의 애끓는 호소보다, 남북 대치 상대로 인한 경제·정치적 문제 등 논리적 설득보다, 식량난으로 북한을 탈출해 인신매매까지 당하는 탈북자들의 참혹한 실상보다 '북한 꽃미녀'들이 남한 남성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남과 북이 화해하고 단결하는 데 그 매개체이자 수단은 '아름다운 북한 여성'이다.

남한 남성들은 단아한 '조발머리'를 하고 '조선 여성답게 치마 저고리'를 입은 북한 꽃미녀들에게서 이제는 남한 여성들이 잃어버린 '순종성'과 '순수성'을 찾는다.

북한 역시 2백80명 중 절대다수인 2백39명을 젊고 예쁜 여성들로 채워 응원단을 구성한 걸 보면 거기도 사회주의 국가답지 않게 얼마나 가부장적 국가일지 대충 짐작이 된다.

남한에서 여성은 '성상품화'에, 북한에서 여성은 '선전도구화'에 동원되고 있다.

역시 남과 북은 한 민족인가 보다.

P.S. 항상 이런 글을 쓰면 '예쁘지 않은 여자의 질투'라고 비난하는 남자들이 있다. 부인하지 않겠다. 여기서 '질투'란 '용모를 여성이 가진 최대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에 대한 분노 내지는 저항'이다. 대다수 예쁘지 않은 여성들의 '질투'가 왜 정당하지 못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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