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1일 "정부가 지방경제와 지역균형 개발에 앞장서기 위해 일부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 공기업, 정부산하단체, 국공립대학 등의 지방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관련 민간기업이 뒤따라 이전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4.19혁명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경실련 주최 '대선후보 정책검증-경제토론회'에 참석해 "'수도권정비 및 지역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 수도권의 기능이전과 범정부적 차원의 지역균형발전 규정을 명문화하겠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중앙부처와 국공립대학 지방이전하겠다"**
이 후보는 그러나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제안한 행정수도 이전문제와 관련해선 "천도 및 50만~70만 인구의 신도시 건설에 약 40조원이 소요되는 등 막대한 재정소요와 차기정부 재정지출의 우선순위 등을 고려할 때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이 후보는 "지방이전 국공립대학에 서울대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서울대라고 이전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필요하면 이전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다만 지역별 특화대학의 육성 취지를 무색하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서울대라 꼭 집어말할 수 없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경제운영 3원칙'으로 ▲반칙없는 바른 시장경제 ▲신뢰감 넘치는 투명한 경제 ▲패자부활의 따뜻한 경제를 제시하고 "관치경제, 정경유착, 부정부패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데 대통령직을 걸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중소기업 육성책 등 10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이 후보는 또 "향후 10년 이내 연평균 6% 이상의 경제성장, 1인당 소득 2만5천달러 달성, 향후 5년간 2백50만개 일자리 창출을 통해 한국경제가 'G10 경제대국'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집단소송제 반대 등 기존 친기업정책 고수**
이어 벌어진 토론회에서 시민단체인 경실련과 이 후보간의 입장 차이가 두드러진 부분은 재벌정책이었다.
함시창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소장(상명대 교수)는 "재벌문제는 우리 경제 문제의 몸통에 해당하는데, 이를 이 후보가 깃털처럼 사소한 문제로 다룬 것은 한나라당이 '재벌비호당'이라는 비판을 가능케 하는 것"이라며 "10대 실천과제 중 하나로 재벌문제를 다룰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재벌문제 중 가장 심각한 문제가 정경유착인데 한나라당에 '재벌비호당'이란 오명을 씌우는 것은 좀 억울하다"며 "정경유착과 특혜청산, 부실재벌의 신속한 정리, 재벌의 상속증여에 대한 엄정한 법적용, 경영 투명성 제고, 산업과 금융간 건전한 관계발전 등 5대원칙을 준수하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위한 출자총액제한제도 및 대기업집단지정제도 등 기업규제제도의 단계적 폐지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유보 등 시민단체들로부터 '재벌비호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는 정책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주5일근무제 입법화 반대"**
또 이 후보는 주5일 근무제에 대해 "개별 기업들이 노사간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자율적 노사관계라는 면에서 맞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취했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이 후보는 "집권시 대통령 직속 '서민주택안정기획단'을 설치, 주택보급률을 1백10% 수준까지 높여 주택가격안정을 도모하고 민간 공공분야에서 총 2백3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주택분양가 30% 이상 인하'를 약속했다.
이 후보는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서민층 자녀의 교육기회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GDP(국내총생산)의 7%까지 교육부문에 대한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부정부패, 현행법으로 완벽한 대응 가능"**
박상기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연세대 교수)은 "부패정치 청산없이 바른 경제, 투명한 경제 실현은 불가능하다"며 "한나라당 내에도 5-6공 시절 관치경제를 이끌어온 부패정치인들이 있는데 부패정치인 청산에 대해 어떤 대안이 있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현재 정당정치에서 수권정당이 어느 한쪽의 선명성만 가지고 넓은 국정을 포괄할 수 없어 우리 당 이념에 동조하는 분이라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부정부패 청산과 깨끗한 정부 실현에 반대하는 사람은 절대로 같이 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후보는 "부패문제는 현재 법으로도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풍토 때문에 발생한다"며 제도 개선보다 현행법의 엄격한 적용을 통해 부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경실련이 지난 92년 대선때부터 후보초청토론회를 개최해온 것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열렸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추석 직후 각 후보들에게 공문을 통해 토론회 참여를 제안했으며 이 후보가 가장 먼저 이에 응했다"며 "아직 이후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후보들이 응해오는 순서대로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