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은 25일 오전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 자신의 대선출마 이유와 정국 현안 및 정책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거의 모든 질문에 "좋은 지적이다", "좋은 질문이다"라며 대답을 시작하는 등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지난주 MBC 100분토론에 이어 두번째 TV토론인 이날도 현대중공업 주식 처리 문제, 신당창당 문제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고교평준화 폐지를 제외하고 부동산 대책, 금리정책, 빈부격차 해소 방안 등 정책 현안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하는 데 그쳤다.
또 "지난 91년 현대중공업 주식 6백53만주를 변칙 증여 받았다"는 패널의 지적에 "처음 듣는 일"이라고 전면 부인해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 의원은 대한축구협회장, FIFA 부회장 등 공직 사퇴 문제에 대해선 "공명선거에 부담이 된다면 계속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사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91년 현대중공업 주식 변칙 증여 발뺌**
이날 토론에서 정 의원은 지난 91년 현대중공업 주식 6백53만주를 변칙 증여 받은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는 등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여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91년도 현대중공업 주식 6백53만주를 증여받은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처음 듣는 얘기다. 70년대 중반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입했으며, 25년간 증자에 계속 참여, 오늘의 지분을 형성했다. 대규모 증여는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당시 국세청이 변칙 증여라며 세금을 44억원이나 추징했는데도 기억 못 하냐"고 추가 질문하자 "모르겠다. 정부가 세금을 추징했다고 불법이나 변칙이라고 할 순 없다"며 얼버무렸다.
정 의원은 또 현대중공업 주식 처리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특정 기업, 산업을 도와주기 위해 출마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명목 재산을 단 1원도 늘리지 않는 방안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이 밝힌 '금융기관 신탁' 방식에 대해 숱한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의원을 개혁, 보수, 청빈, 부패로 구분할 생각 없다"**
한편 정치 현안과 관련된 주된 질문은 "정 의원이 주장하는 정치개혁의 명분과 내용이 무엇이냐"였다.
정 의원은 "무소속이지만 국정 현안이 있을 때 언론 기고, 국회 상임위 활동 등을 통해 나름대로 활발하게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신당 창당과 관련해 접촉하는 인사들을 보면 오히려 뒷걸음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대통령이 되면 현역의원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 의원들 개개인을 개혁, 보수, 청빈, 부패 등으로 구분할 생각 없다. 국회의원을 존중하는 것이 그 분을 뽑아준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정 의원은 또 신당 창당 추진에 대해 "의도적으로 지연한 것이 아니며 모든 능력을 다해 전 속력으로 창당을 서두르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분은 많지 않지만 내달 하순(창당 때)엔 많은 전현직 의원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정책에 원론적 답변, 수시로 동문서답**
정 의원은 특히 경제 정책에 있어 원론적인 수준의 하나마나한 답변에 그쳤다. 일부 대답은 동문서답으로 들릴 소지도 다분했다.
"현재 금리논쟁이 치열한데 금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냐,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에 "우리나라가 전세계적인 불황에 빠져들지 않도록 현 상태에서 금리논쟁을 치열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만 답했다.
아파트 가격 안정화 방안을 묻는 질문엔 "아파트를 짓는데 중요한 것은 택지를 확보하는 것인데 이는 국민들과 정치권이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빈부격차 해소 방안을 묻는 질문엔 "가난은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 신체적 질병이 있는 경우, 집이 없는 경우 발생한다. 가난은 이 세가지 분야를 치료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또 "재벌이라서 친재벌 정책이 우려스럽다"는 지적에 "법이 지배하는 객관적인 상태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교육, 대북 및 대미 관계 등 외교적 문제에 대해선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고교평준화 폐지 주장과 관련 "궁극적으론 폐지해야겠지만 당분간 특수목적고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6.25 이후 납북자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받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북한에 쌀을 보내는 등 인도적 지원을 하는 만큼 우리도 인도적 의제는 당당히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이라크 공격 지원 여부에 대해 "지난해 아프간 전쟁때 우리 정부에서 의무병을 보냈다"면서 "(미국의 독자 공격일 경우에도) 그 정도는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유연채 KBS 해설위원, 하남신 SBS 사회1부장, 김경한 YTN 경제1부장, 양기엽 CBS 정치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다음날 1일 관훈클럽도 정 의원을 초청해 토론회를 갖는 등 언론을 통한 정 의원 검증이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정 의원 지지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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