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대 포털사이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임직원 25명이 자발적으로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으로 얻게 된 수익의 일부를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앞서 김정태 국민은행장 등이 스톡옵션을 통해 얻게된 수익을 기부한 일은 있으나, 벤처업계에서 스톡옵션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것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처음이다.
다음 임직원의 이같은 결정은 그동안 벤처업계를 '머니게임의 투기장'으로 비판적으로 보아온 사회여론을 호전시키는 데에도 크게 일조할 것으로 보여지며, 이에 따라 스톡옵션 행사시기가 다가온 다른 벤처기업 임직원들의 대응도 주목되고 있다.
***자발적 결정**
스톡옵션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로, 회사 전체주식의 15%내에서 회사 발전에 기여도가 큰 직원들에게 주주총회 결의로 부여할 수 있으며 스톡옵션을 받은지 3년 후에나 행사가 가능하다. 이번에 기부를 결의한 다음 25명의 임직원들은 지난 99년 8월 이전에 입사한 창업멤버들로, 이달말 스톡옵션 행사기간이 도래한다.
이들이 행사하게 될 스톡옵션 규모는 3만여주로, 현재 주가로 따지면 약 9억원에 이른다.
이들 다음 임직원은 스톡옵션중 일부를 아동복지단체인 '아이들과 미래', 청소년교육재단인 '다음세대재단' 등에 기부해 좋은 일에 쓰도록 할 계획이다.
다음의 이같은 기부 결의는 회사 차원의 결정과는 무관하게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논의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이번 기부 결정에 이재웅 대표는 전혀 개입하지 못했다. 다음의 경우 회사주식 5%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에게는 스톡옵션을 부여하지 않기로 해, 이대표에게는 스톡옵션이 한 주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철저하게 임직원의 자발적 결정에 따른 것으로, 스톡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직원들 사이에서 스톡옵션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얘기 나누던 과정에 자발적 합의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직원들 명단공개 극구 사양**
이들 임직원은 오늘날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포털업계의 대표주자로 서기까지 일등공신 역할을 해 온 입사 3년차 이상의 임직원들로,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남다르다는 게 주위 동료들의 평가다.
보유지분 일부를 사회에 환원키로 한 이번 결정도 회사가 인터넷 대표업계로 성공하는데 밑바탕이 된 고생의 결실을 사회와 함께 나누자는 의미에서다. 이에 따라 스톡옵션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기부할 것인지 역시 모두 당사자들의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홍보팀의 이수진씨는 "직원들의 스톡옵션이라는 게 일한만큼 받는 것이지만 개인이 보유한 지분의 많고 적음을 떠나 좋은 일에 쓰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며 "우리나라 기부문화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진씨는 특히 "이번 행사에 참하는 분들은 언론에 명단이 공개되는 등 '부산떨기'를 극구 꺼려한다"며 "단지 자신이 내놓은 기부금이 어렵고 소외된 사람이나 인터넷 문화의 발전에 쓰여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입사 3년차가 되는 시점에 직원들이 자신의 지분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불문율'이 마련됐다"며 "대외적으로는 물론이고 사내에서도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기부문화 활성화에 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백자백(近白者白)'의 새로운 신화창조**
스톡옵션은 인센티브 제도의 꽃이다. 자신이 일할만큼 받는 당연한 권리인만큼 스톡옵션을 통해 누가 거액을 벌더라도 이를 탓할 자격은 주위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앵글로색슨형 경쟁자본주의의 산물인 빈부격차 심화 및 이에 따른 사회공동체 의식의 파괴를 막기 위해 스톡옵션 제도를 앞장서 도입했던 미국등 서구에서도 오랜 전부터 스톡옵션을 통해 얻게 된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일종의 관행처럼 자리잡아왔다.
스톡옵션 기부가 가장 잘 되고 있다는 미국 코카콜라의 경우 그동안 임직원들이 모은 스톡옵션 기부금액이 무려 1백억달러를 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톡옵션 도입의 개척자인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최근 자신이 벌게된 스톡옵션 수익의 절반인 66억원을 사회에 기부하는 등 각계에서 스톡옵션 기부 움직임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포털 최대업체인 다음의 가세로 이같은 움직임은 벤처업계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란 말이 있듯 나쁜 일은 곧바로 주위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나, 좋은 일도 주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어쩌면 다음 직원들이 지금 시작한 일은 '근백자백(近白者白)'의 새로운 신화창조가 아닌가 싶다. 최근의 총리 인사청문회와 부동산 투기붐 등을 통해 국민의 절망감이 어느 때보다 짙은 지금, 모처럼 맑은 공기를 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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