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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노래, 한국인 예술가와 외국인 노동자가 한데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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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노래, 한국인 예술가와 외국인 노동자가 한데 모여...

문학카페 명동<1>-신경림ㆍ한영애

이 곳은 낯선 곳
한국의 어느 지붕 아래
천국인가 아닌가
공장 불빛은 밝고
눈물 한 방울
한도 많고
부를 노래도 없는
고향 떠나온 나는 이방인
외국인 노동자
- <외국인 노동자의 노래> 중에서(김정환 작시. 김현성 작곡,노래)

50-60년대 명동은 예술가들의 공간이었다. 가난한 시절 명동은 예술가로 넘쳐났다. 40-50년이 지나 이제 대중들이 넘쳐나는 번화한 명동 한복판에 예술가와 대중 그리고 가난한 이방인, 외국인 노동자가 만난다.

'문학카페 명동'이 9월6일 금요일 오후 7시 명동 밀리오레 이벤트홀에서 개점을 알리고 2백여명의 첫 손님을 맞았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가 '외국인 노동자 복지기금' 조성을 위해 기획한 이 행사는 문인과 대중가수의 '만남의 장'이다.

이날 초대 손님은 시인 신경림과 가수 한영애. 두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인 사회자는 소설가 김별아가 맡았다.

'문학카페 명동'은 문인의 말과 작품, 가수의 말과 공연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공연예술이 문학에 현장-대중성을, 문학이 공연예술에 사유-생애성을 부여하려는 실험적 시도다.

김별아씨는 "문인들은 원고지 앞에서, 요즘엔 컴퓨터 앞에서 구도자처럼 자기와의 고독한 싸움을 하는 존재인데 이렇게 많은 관객들과 함께 또 다른 장르인 음악과 함께 하는 것이 낯설지만 매우 뜻 깊은 자리"라고 감회를 밝혔다.

한영애씨가 먼저 '여울목'을 불렀다. 그녀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보며 신경림씨는 소년같이 수줍게 웃었다.

이에 대한 답례로 신경림씨는 근작 '뿔'에 수록된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를 낭독했다. 그는 "문학은 눈으로 확인되진 않지만 사람을 풍요롭게 만든다"며 "시는 설명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영혼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시와 노래는 닮아 있었다.

1부와 2부 사이에 춤패 '불림'이 2인무 '만남'을 선보였다.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만난 옛 연인이자 동지였던 두 사람이 서로를 스쳐 지나가며 추억을 회상하고 가던 길을 되돌아 새로운 만남을 예감한다는 내용이다. 이 행사와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연결짓는다는 의미를 지녔다.

2부는 예술가의 거리 명동에 대한 추억으로 시작했다.

신경림씨는 "당시 문단에 나오면 명동서 왔다갔다하는 것으로 여겨졌다"면서 "돌체, 르네상스라는 찻집과 배우 최불암씨 어머니가 주인인 은성이라는 술집에 문인들이 주로 모였다"고 회상했다. 한영애씨는 당시 라이브 공연을 하던 '내쉬빌'이라는 음악다방에 대한 추억을 들려줬다.

이번엔 신경림이 '떠도는 자의 노래'라는 시를 먼저 낭독했다. 한영애씨는 '푸른 칵테일의 향기'로 이에 화답했다.

이어 김별아씨가 한 네팔 노동자의 수기를 읽었다. 네팔에서 대학을 다니다 중퇴하고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의 사연이었다. 한 공장에선 권투를 하는 사장 사촌에게 '샌드백' 대용으로 매일 구타당했는데 이에 반항하다 손발이 묶여 천장에 매달린 채로 하루종일 맞은 기억도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영애씨가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 앵콜곡은 '조율'이었다. 외국인 노동자의 수기를 들으며 "이방인에 그토록 배타적인 우리 사회에 조율이 필요한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보러온 김근태 민주당 의원은 "목이 메었다"고 한다. 또 서명희(31)씨는 "한영애씨와 신경림씨의 이색적인 만남을 보고 싶어 왔다"라면서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평소 큰 관심이 없었는데 공연을 보고 많이 반성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문학카페 명동'을 몇 번 더 찾을 생각이라고 한다.

'문학카페 명동'은 11월 29일까지 13일과 추석 연휴인 20일을 제외하고 매주 금요일에 열린다.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다.

▲9월 27일〓김소월·정지용 등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시 및 산문낭송회
▲10월 4일〓 현기영(소설가)-노래를 찾는 사람들-최성실(소설가)
▲11일〓-박완서(소설가)-전인권·들국화-하성란(소설가)
▲18일〓박범신(소설가)-정태춘-신수정(평론가)
▲25일〓천양희(시인)-강산에-백지연(평론가)
▲11월 1일〓김주영(소설가)-장사익-박수영(소설가)
▲8일〓김지하(시인)-조용필(출연 미정)-정복여(시인)
▲15일〓황석영(소설가)-권진원-최성실(평론가)
▲22일〓고은(시인)-이은미-김선우(시인)
▲29일〓강은교(시인)-크라잉넛-김수이(평론가)

참가비 2만원. (공연문의 02-313-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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