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는 미국의 자작극이다.”
이 ‘황당한’ 주장을 담은 책이 9.11 테러 1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발간됐다. 프랑스 언론인이자 인권운동가인 띠에리 메이상이 쓴 <무시무시한 사기극>(L'Effroyable Imposture)이 번역, 출간된 것. ‘음모론이 잘 통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지난 3월 출간돼 30만부 이상이 팔렸을 만큼 이 책은 9.11 테러와 관련된 수많은 공식 문건들을 기반으로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가설에 차근차근 접근하고 있다.
이해관계의 대립이 전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부시 정권이 전쟁을 원하는 명분은 충분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차례 제기됐던 주장이다. 부시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과 IT 거품의 붕괴에 따른 경기 추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출범했다.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고 군수산업으로 경기를 회복하는 등 모든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수단은 바로 전쟁이었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폭격 이후 '테러와의 성전'을 감행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대에서 단숨에 91%로 뛰어올랐다.
과연 이 책은 이런 심증을 뒷받침할 어떤 근거를 제시하고 있을까.
***펜타곤 테러, 오사마 빈 정체 등 9.11을 둘러싼 의혹들**
저자는 첫 번째 근거로 2001년 9월 11일 오전 9시 40분(현지시각) 워싱턴 펜타곤을 덮진 아메리칸 에어라인 77(보잉 757-200)은 펜타곤에 추락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했다.
펜타곤은 5각형, 5겹 모양의 5층 건물로 군 방공시스템이 작동하는 시설이다. 우선 항로를 이탈한 보잉기 한 대(너비 38m, 길이 47.32m)가 추격을 위해 출격한 F-16 전투기를 따돌렸고 워싱턴의 방공 시스템의 감시를 피해 주변의 가로등이나 가로수를 하나도 건드리지 않은 채 펜타곤 주차장에 수평상태를 유지하다가 수직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믿기 힘들다. 게다가 F-16기의 출격은 사고 발생 이틀 후에나 추가된 설명이다.
또 사고 직후 촬영돼 발표된 사진에 의하면 비행기 때문에 생긴 펜타곤의 손상부분은 19m에 불과하다. 보잉기 앞부분만 건물에 부딪쳤다는 것인데 날개를 비롯한 비행기 뒷부분 잔해는 정체 모를 금속파편들만 발견됐을 뿐이다. 사고 직후 사진에 따르면 펜타곤 앞 잔디는 비행기 잔해가 떨어졌다고 보기엔 너무나 깨끗했다. 펜타곤의 주차장에 설치되어 있는 감시 카메라에도 사고 당일 보잉기의 존재는 전혀 잡히지 않았다.
또 사고 이틀 뒤 블랙박스와 비행기 등부분을 발견했다는 보도뿐, 펜타곤을 들이받은 보잉기 뒷좌석에 자리했을 승객들의 주검은 한 구도 발견돼지 않았다. 펜타곤 내부의 사상자수, 당시 내부 상황 등 수많은 의문들에 대해 펜타곤 쪽은 극비 사항이라는 명목으로 답변을 제시하지 않았다.
펜타곤 테러 직후 로이터 통신은 “폭탄을 실은 헬리콥터가 펜타곤을 들이받았다”고 보도했으나 이후 미 국방부의 공식발표로 수정됐다.
저자는 이런 증거들을 기반으로 펜타곤 내부에서 비행기 테러로 위장하기 위해 폭발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지를 편다. 세계무역센터 중앙에 정확하게 충돌하는 것은 전투기 전문 조종사도 하기 힘든 것인데, 이를 초보적인 비행기 조정만 배운 테러범이 수행한다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는 또 빈 라덴이 작년 7월 4일부터 14일까지 두바이의 미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그 기간동안 CIA 지부 대표들이 빈 라덴의 병실을 방문하는 것이 목격됐다는 르 피가로의 보도 등을 제시하며 빈 라덴이 미국의 적이 아닌 공작원이라고 주장한다.
빈 라덴 일가가 운영하는 사우디 빈라덴 그룹(SBG)의 금융자산이 9.11 테러 당시까지 조지 부시 전대통령이 고문으로 있는 등 공화당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칼라일 그룹에 의해 관리되고 있었다는 사실도 이런 의혹을 부추긴다.
저자는 또 미국이 지난 62년 미 군부가 합법적인 방어처럼 쿠바를 침공하기 위해 자국민을 희생시키는 테러극까지 계획한 바 있다는 점을 역사적 전례로 들었다. 1992년 클린턴 대통령이 케테디 임기 중 기밀 문서를 공개하면서 발견된 노스우즈 작전에 대한 국방부의 비밀문서가 바로 그 것이다.
이 기밀 문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 정부는 관타나모 미군기지를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군대가 입는 군복을 착용한 쿠바 용병이 테러하는 방안, 쿠바 영해에서 미군 선박을 폭파시키는 방안, 플로리다 주의 마이애미와 워싱턴에 플라스틱 폭탄을 터트리는 방안 등을 계획했었다.
***“9.11 1년, 이제 진실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야할 때”**
어쩌면 이 책은 파격적인 주장으로 최근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편파 판정',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 사건’ 등으로 촉발된 반미 감정에 영합하려는 책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번역한 류상욱씨는 역자 후기에 이런 시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이 책은 어설픈 반미주의를 설교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진실에 접근하려는 의도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이제 1주년이 되는 9.11 사태를 되돌아보며,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영화보다도 더 리얼한 장면에 압도당했던 기억을 되살릴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고,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져야할 때가 온 것 같다.”
이 책과 마찬가지로 ‘테러와의 전쟁이 교묘하게 꾸며진 것이 아닐까’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일본의 정치평론가인 이타가키 에이켄이 쓴 <부시의 음모 : 테러와의 전쟁-알려지지 않은 시나리오>도 지난 8월말 국내에서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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