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서민의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현대중공업 대주주이자 재벌 2세’인 정몽준 의원과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상현 대변인은 26일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9월초 정몽준 의원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 바로 정 의원에게 10가지 항목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민노당은 정 의원에게 하루에 한 가지씩 열흘에 걸쳐 10개 질문에 대한 공개 답변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현재 당 내부에서 정 의원의 철저한 검증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공개질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정 의원의 현대중공업 노조탄압 전력에 대한 해명 ▲정 의원의‘반부패국민정당’에 대한 구상 ▲축구와 정치의 분리 문제에 대한 입장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노당의 정 의원에 대한 공개질의는 정 의원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민주당 노무현 후보 등에 비해 검증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 “정 의원 행보는 구정치 표본”**
민노당의 이런 ‘선전포고’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민노당 권영길 대표는 17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 의원의 대선 출마에 대해 “한 사람이 권력과 부를 다 가져도 되냐”며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21일 부산지역 유세에서 권 대표는 “정 의원은 정치혁명을 이루겠다는 결의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나타나는 행태는 청산돼야 할 구태의연한 정치의 표본”이라며 “재벌기업가이고 노동조합 활동을 혹독하게 억눌렀던 전력이 있는 정몽준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당이 결성된다면 그 당은 '재벌당'이자 '반노동자당'에 다름 아닐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권 대표는 또 “정 의원을 중심으로 ‘4자연대’니 ‘반창연합’이니 하면서 신당 창당을 거론하는 것은 집권을 위해 철새 정치인들과 정치 낭인들을 끌어 모아 또 한번의 국민 기만극을 벌이겠다는 것”이라며 “‘정치혁명’과 ‘국민통합’을 주창하는 정 의원이 보수 정치인들을 끌어모아 어떻게 우리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인지, 노동운동을 탄압한 전력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다수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통합의 정치를 펼 것인지 밝혀야 한다”며 정 의원의 노동운동 탄압 전력, 구태정치 등이 주 공격대상이 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정몽준, 노동계 및 민노당의 공격에 예민한 반응**
정몽준 의원측은 노동계 및 민노당의 공격에 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현대중공업의 정 의원 대선 출마 반대 성명에 대해 정 의원측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한 정당도 대선 후보를 낼 예정인 것으로 아는데 이번 성명이 이것과 관련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며 민노당의 ‘음모설’을 주장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보였다.
한나라당의 공개질의 등 공세에 대해 애써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던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대목이다.
정 의원의 입장에선 노조의 지지를 받고 있는 민노당이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판단에서 조기에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26일 정 의원은 자신의 대선 출마 선언 시기와 관련, "9월 10일을 전후해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울산을 방문한 정 의원은 이날 현지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서울과 경기, 충청 등 모든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내가 집권하면 많은 국민이 지역차별 없이 21세기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대통령에 출마하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해 대선 출마선언 직후 적절한 시점에 울산 동구 의원직을 내놓을 뜻을 분명히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