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미 국민의 지지율이 지난해 9.11테러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USA투데이는 23일 여론조사 결과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는 미 국민의 비율이 53%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CNN과 USA투데이가 지난 19~2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에 의뢰해 18세 이상 미국 성인남녀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군의 이라크 파병에 찬성하는 응답은 53%로 지난 6월의 61%보다 8% 하락했다.
미군의 이라크 파병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율은 아프간을 상대로 한 테러와의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74%를 정점으로 6월에는 61%, 현재 53%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반대하는 비율은 지난 해 11월 20%에서 지난 6월 31%, 8월에는 41%로 계속 늘어 왔다.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보면 찬성은 21% 포인트 하락한 반면 반대는 정확히 21% 포인트 늘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미국국민 절반 이상이 여전히 이라크 파병을 지지한 셈이지만 이는 9.11 이전 수준이어서 이라크 공격에 대한 미국내 반대 여론의 확산 분위기가 드러난 셈이다. 더욱이 이라크 파병을 지지하는 미국인들 중에서도 상당수(47%)는 동맹국들의 지원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나타나 미국의 독자적인 개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비쳤다.
전통적으로 미국인들은 정당하지 않은 방식의 군사 파병을 반대해 왔다는 점에서 이라크 파병에 대한 이번 여론조사는 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흔들리는 태도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동맹국 지원 없는 이라크 파병에는 반대**
USA 투데이는 이같은 지지율 하락은 국제원유 및 무역흐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군사행동에 대한 국내외의 치열한 논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중동지역 긴장을 반대하는 아랍 국가들 사이에 반미 감정이 확산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번 주 미국 동맹국들이 잇따라 이라크 공격에 거부의사를 표명한 것이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높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지난 22일 "영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라크가 무기 사찰단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지 후세인 축출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 외무장관 비야체슬라브 트루브니코프는 이라크 공격에 대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후세인 축출에도 반대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현재 이라크와 10개년 무역협정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게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미국의 이라크 '모험'에 독일 병사를 보내지를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캐나다의 존 매컬럼 국방장관은 부시가 이라크를 공격해야 할 보다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캐나다군을 파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 공격은 거대한 증오만을 촉발시킬 뿐"**
이탈리아 국방장관 안토니오 마르티노는 이탈리아는 미군의 영공 통과는 허용하겠지만 후세인이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는 한 이탈리아군은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라크 공격은 유엔 안보리 승인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동지역의 반대는 더욱 강력하다. 최근 이 지역을 순방하고 돌아온 마이크 드와인 상원의원(공화ㆍ오하이오주)는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등의 지도자들 모두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주장을 소리높여 외쳤다"고 전했다.
요르단은 미국의 동맹국이기는 하지만 이라크와 중대한 무역관계를 갖고 있으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고 있다. 압둘라 요르단 국왕은 유엔과 이라크와의 (무기사찰을 위한)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우디의 외무장관 파이잘 왕자는 사우디가 이라크 공격의 교두보로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교적 해결책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온건파 회교도들의 대변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극단주의를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7월 그는 "이라크 공격은 거대한 증오만을 촉발시킬 뿐이다. 이는 우리들로 하여금 이슬람의 선량한 얼굴을 내보이기 어렵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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