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비롯한 중부유럽을 휩쓴 1백년만의 최악의 홍수가 독일 녹색당에게는 뜻밖의 '정치적 횡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던 사민-녹색 연정은 홍수 피해 이후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지율도 동반상승, 9월 22일로 예정된 총선에 밝은 전망을 비추고 있다.
***홍수 피해로 사민-녹색당 지지율 급상승**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21일 야당인 기민-기사 연합 지지도가 40%로 지난주에 비해 1% 줄어든 반면 집권 사민-녹색당 지지율은 1% 늘어난 36%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슈테른은 여론조사 기관인 포르사를 통해 실시한 지난주 정기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2월 이후 7~8%의 격차를 보였던 양측의 지지율이 최근 급격히 줄어 4%까지 내려간 점이 주목된다고 밝혔다.
이는 홍수 이후 게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피해현장 시찰과 복구비 지원약속, EU 차원의 홍수피해국 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해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기 때문으로 독일 언론들은 분석했다.
슈뢰더 총리는 홍수 피해지역 주민과 사업체의 복구자금 지원책의 일환으로 당초 2003년까지로 예정돼 있던 개인 및 기업의 소득세 감면조치를 2004년까지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표몰이에 나섰다.
***녹색당, 보수야당의 반(反)환경정책 맹렬 비판**
더욱이 사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녹색당의 '지구 온난화가 홍수의 원인이며 보수 야당의 반(反)환경정책이 이를 부추겼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 9월 총선에서 집권연정이 역전승을 거둘지도 모른다고 독일 언론들은 전망했다.
녹색당은 최근 전국민이 홍수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 보수 야당은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고 맹렬한 비판을 퍼부었다. 특히 새로 입안된 16개의 환경관련 법안에 대해 기민당은 14개 법안을 반대했으며 그들과 정치적 파트너 관계인 자민당은 16개 법안을 몽땅 반대했다고 녹색당은 주장했다.
반면 집권 4년동안 소위 적-녹 연정은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쇄 등 굵직한 환경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번 선거운동에서도 화석연료 사용에 세금을 부과하는 '환경세(ecological tax)' 정책을 중점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요시카 피셔 외무 장관은 TV 토론프로그램에서 "야당은 우리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 빛을 보고 있다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며 "결국 우리의 정당함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홍수 원인은 지구온난화" 이구동성**
사상 유례가 없는 환경재난으로 국민 여론이 이처럼 변화하면서 독일의 모든 정당은 저마다 환경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심지어 기민당조차 얼마 전까지 주장해온 '환경세 폐지' 요구를 철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 대학 정치사회학자인 하조풍케는 "홍수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있다는 사실은 정치적인 차이를 불문하고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보수주의자들마저도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구조적 개선 의지를 보여주려 한다"고 지적했다.
***위기의 녹색당, '기사회생' 하나**
그러나 홍수 피해로 인한 녹색당의 지지율 급상승과는 달리 일부 정치분석가들은 현재 상황이 녹색당의 오랜 딜레마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1980년대를 정점으로 녹색당의 인기는 하락해왔으며 집권기간 4년동안 녹색당 내부에서는 핵심 멤버들의 탈당이 줄을 이었다고 지적했다.
반전주의적 성향이 강한 녹색당 지지자들 가운데에도 지난 1999년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나토의 공습에 독일 군대의 참여를 승인한 피셔 장관의 조치를 강력 반대하는 분위기가 폭넓게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녹색당은 최근 발생한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항공 마일리지 사적 유용' 사건으로 그간 쌓아온 '청렴 이미지'마저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야당의 볼프강 게하르트 의원은 "녹색당은 항상 '보다 나은 인류'를 주장해왔지만 이번 일로 우리는 녹색당의 본 모습을 확실히 알게됐다"며 항공권 마일리지 스캔들에 연루된 녹색당 의원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 선거에서 녹색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조차 집권기간 동안 녹색당이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에 실망, 부동층으로 돌아서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녹색당에 대한 최근의 인기가 총선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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