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안동선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민주당 분당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른 정몽준 의원은 독자신당의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급속히 전개되는 지각변동 양상 속에 대선 지형의 다자구도 재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일단 민주당 반노(反盧) 세력이 정몽준 의원과 자민련 등 군소정당을 규합해 강력한 제3신당을 창당하는 이회창-노무현-제3신당의 3자 구도를 점칠 수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민주당의 분당과는 별개로 정 의원이 독자행보를 내딛는 이회창-노무현-제3신당-정몽준 신당의 4자 구도다.
이 외에도 정 의원이 일정 시점까지 독자행보를 보이다가 제3신당과 합류하거나 민주당 주류세력이 추진하는 신당과의 연대 시나리오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상태다.
그러나 어떤식의 모양새건 대선구도 변화의 포인트는 역시 정몽준 의원의 행보에 달려 있다.
***정몽준, '제3신당' 참여하나?**
정 의원의 제3신당 참여 여부는 민주당 반노(反盧) 세력의 탈당 규모와 직접적인 함수관계에 놓여있다. 정 의원의 참여가 기정사실화될 경우 민주당 비주류의 탈당 규모는 최소한 20명 이상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여기에 원내 14석의 자민련과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 이한동 전 총리 등이 합류할 경우 제3신당은 수적인 교섭단체 구성요건은 물론 이회창-노무현 양자구도를 강력하게 위협하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반노(反盧) 세력을 이끌고 있는 이인제 의원측은 "제3세력으로 불리는 모든 후보군이 국민 통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시간의 문제일 뿐 제3세력 연대는 필연"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제3신당 구성방식과 관련, "용기있는 자가 먼저 나서고 후발 세력이 합류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며 "우선 8월 중 민주당과 자민련 일부가 먼저 신당 추진의 깃발을 들고 9월 중순께로 예정된 정 의원의 대선출마 공식 선언을 즈음해 제3세력이 집결하는 신당의 밑그림을 완료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정몽준 의원과 박근혜 의원의 회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非)노무현' 제3세력의 막후교섭도 상당한 진행이 있었던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 상태다.
***정몽준 의원의 독자행보 가능성**
그러나 정 의원이 곧바로 제3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 의원은 16일 "(신당) 준비를 하고 있으나 정당이라는 것은 다같이 해야 하고, 누가 주도적으로 한다기보다는 능동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해 이인제 의원 등 민주당 반노(反盧) 세력 중심의 제3신당 구상에 일침을 가했다.
특히 정 의원으로서는 국민경선 불복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큰 이인제 의원 등과 무리하게 신당을 추진할 이유가 없고 박근혜 대표, 이한동 전 총리 등 잠재적 대선후보군과의 후보조율 문제도 해법이 간단치 않다.
또한 내달 7일로 예정된 남북친선축구 등 '정몽준 바람'의 남은 소재를 충분히 활용한 뒤 다음 행보를 선택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어 정 의원은 당분간 정치적 선택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제3신당 참여에 대한 정 의원의 미온적 입장이 장기화될 경우 민주당 비주류 인사들의 탈당은 소폭에 그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몽준 의원이 대구 경북지역에 지분을 갖고 있는 박근혜 의원, 민국당 김윤환 대표, 이수성 전 총리 등과 함께 독자신당 행보를 내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초당적 이미지'와 '클린 후보' 이미지로 승부를 걸려는 정 의원의 입장에서 자민련이나 이인제 의원 등 정치적 부담이 큰 세력과의 연대보다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박 의원 등과의 연대가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선구도는 이회창-노무현-정몽준 3강 구도에 이인제-김종필-이한동 연대세력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정 의원의 행보가 민주당 내부에서 여전히 추진되고 있는 '통합신당'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도 변수로 남아 있다. 노무현-정몽준간 러닝메이트식의 후보 단일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현실화될 경우 반노(反盧) 세력의 민주당 탈당과 제3신당 창당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공산이 다분해진다.
***예측불허의 다자구도 재편**
한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도 대선지형의 다자구도 재편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측은 현재의 민주당 내분사태로 미루어 이인제 의원측의 탈당은 기정사실로 보고 있으나 제3신당 추진세력에 정 의원의 참여 여부에는 부정적이다. 이에 따라 이 후보측은 연말 대선을 이회창-노무현-정몽준-제3신당후보-권영길 등 4~5파전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반창(反昌) 단일전선 형성은 일단 물건너 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합종연횡이 이루어지더라도 앞으로 상당기간의 다자구도를 거친 후 막판 성사 가능성만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다자구도 재편은 잠재적 후보군을 포함해 각 세력들의 대선 득표력 변화를 필연적으로 수반할 것으로 보여 향후 대선 정국은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인제-김종필 연대가 야기할 중부권의 향배, 그에 따른 노무현 후보의 지역기반 변화, 정몽준-박근혜 연대가 불러올 영남권의 변화와 세대교체 바람 등 정치권 지각변화를 앞두고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대선정국 속에 특정후보의 유ㆍ불리를 속단하기 힘든 상황으로 꼬여가고 있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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