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종로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11개 지역을 석권했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전체 2백72석의 국회 재적의석 중 1백39석으로 과반의석을 차지, 정국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앞으로 국무총리 및 장관의 해임건의안이나 공적자금 국정조사 및 권력비리 특검 실시 등도 단독 처리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국회 운영에서의 '한나라 독주'가 예상된다.
개표 결과, 한나라당은 서울 종로(박진. 괄호 안은 당선자), 금천(이우재), 영등포을(권영세), 부산 진갑(김병호), 해운대·기장갑(서병수), 인천서·강화을(이경재), 경기 광명(전재희), 하남(김황식), 안성(이해구), 경남 마산 합포(김정부), 북제주(양정규) 등 11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개표 종반부에 극적으로 역전해 1.6%포인트의 근소한 표차로 승리한 북제주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개표가 시작되면서부터 한나라당의 승리가 확실시 됐다.
민주당은 광주북갑(김상현), 전북 군산(강봉균) 두 곳에서만 2위인 무소속 후보들을 따돌리고 당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투표율 29.6% ,37년만에 가장 낮아**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선거 투표율은 29.6%로 한일협정으로 선거 거부 운동이 일었던 지난 65년 11월 서울 등 5곳에서 치러진 6대 국회 재·보선 때의 26.1% 이후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선거에는 총 유권자 198만8천8백65명 중 58만7천7백18명이 투표해 29.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 해운대·기장갑은 18.7%의 투표율로 국회의원 선거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가장 낮았던 투표율은 65년 서울10지역구의 20.8%였다.
이밖에 광주 북갑 22.4%, 서울 영등포을 24.0%, 서울 금천 24.3%, 서울 종로 28.9%, 부산진갑 29.1%, 경남 마산합포 29.6% 등 투표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한 곳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7곳이나 됐다.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인 곳은 북제주(57.7%)이며, 경기 안성(43.5%), 경기 하남(36.3), 인천 서·강화을(34.0%), 전북 군산(33.2%), 경기 광명(30.4%)이 그나마 투표율이 30%를 넘은 지역이다.
이처럼 투표율이 낮은 것은 선거일이 휴가시즌인 데다가 폭우가 내린 탓도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식상함과 환멸감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를 앞지른 대목은 기존 제도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환멸감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증거자료로서 한나라당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요컨대 이번 8.8 재보선 승리는 '반쪽짜리 승리'라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본격적으로 시작될 8.8재보선 파장, 정계개편**
6·13 지방선거에 이어 또다시 참패한 민주당은 책임론을 둘러싸고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후보에 반대해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반노 진영은 선거 패배를 계기로 '노무현 후보의 선(先) 후보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여 당내 갈등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이인제 등 반노 진영은 여론조사에서 1위로 급부상한 정몽준 의원의 영입과 김대중 정부와의 완전결별을 추진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노무현 후보는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경선과 신당 창당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당내 논의기구의 구성 및 국민경선을 통한 후보 재선출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게 됨에 따라 그동안 캐스팅보트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자민련은 사실상 공중분해될 절대위기를 맞게 됐다. 자민련의 상당수 의원들은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자민련도 해체, 신당에 합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선거결과로 민주당과 자민련이라는 정당 이름이 한국정치사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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