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압사한 여중생 신효순·심미선양의 49재를 맞은 7월 31일 전국 곳곳에서는 꽃다운 나이에 숨진 이들을 애도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특히 이날 오후 6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추모제에는 시민·학생 3천여명이 모여 미군의 형사재판권 이양과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등을 촉구했다.
이번 추모제는 당초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경찰측에서 이를 허가해주지 않아 집회 시작전 장소문제로 집회 참석자와 경찰간의 충돌이 있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월드컵은 되고 추모제는 안 되냐"면서 경찰에 격렬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 수원과학대 2학년 김모군이 크게 다쳐 근처 적십자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월드컵은 되고 추모제는 안 되냐"**
김재남 녹색연합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제에는 헌화와 분향, 진관스님의 추모 독경, 고 심미선양 아버지의 편지낭독, 각 단체 대표들의 추모사 등으로 이어졌다.
이날 집회에서 문정현 신부는 "두 여중생이 끔찍한 죽음을 당했는데도 정부는 '눈물도 흘리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며 "한국과 미국 정부는 진실 앞에 경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의 김원웅 의원(한나라당)은 "미군은 공무집행 중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재판권 이양을 거부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공무 여부에 대한 판단은 미군이 아니라 일본측이 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불평등한 소파 협정 개정을 위해 국회의원들도 뜻을 모으겠다"며 "조만간 국회의원 20여명의 서명으로 부시 미 대통령에게 재판권 이양과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는 공식 문안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추모제를 마친 참석자들은 시청앞 도로를 가로질러 명동 입구까지 촛불 행진을 벌였다. 경찰이 시청앞 도로 행진을 허용한 것은 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이다.
***경기도 교육청, 학생 집회참여 제지 공문 보내 파문**
한편 경기도 교육청이 지난 26일 각급 학교로 공문을 내려 보내 학생들의 추모제 참여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같은 경기도 교육청의 태도는 얼마 전 국방부가 미군을 감싸고 나와 물의를 빚은 데 이어, 또다시 목격된 정부의 비자주적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학생들에 대한 생활지도를 강화하여 집회 참여를 최소화하는 한편, 일부 성인들의 학생 선동이 이뤄지지 않도록 교육적 차원에서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이같은 공문에도 불구하고 이날 집회에는 많은 청소년들이 참석했다. 청소년들은 자체적을 만든 피켓을 들고 태극기를 등에 두르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영애(신월중 3년)양은 태극기를 두르고 무대에 올라와 "도대체 뭐가 진실이냐, 이 나라에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는거냐, 부시 대통령은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말해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경기도 교육청 공문에 대해 청소년들과 교사들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단순히 학생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가로막는 것이 교육적 차원이냐"며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녹색연합 청소년모임, 전국민주중고등학생연합 등 청소년 단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는 정확한 진실을 밝히고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설 것 ▲사건관련자와 책임자를 한국 법정에서 처벌할 것 ▲미 대통령은 유족과 국민앞에 사과할 것 ▲주한미군은 형사재판관할권을 포기할 것 ▲학교와 교육당국은 UN아동권리조약에 명시된 집회,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 또는 그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의정부시의회 재판권 이양 촉구하는 결의문 채택**
경기도 의정부 시의회도 이날 미국의 재판권 포기를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해 국회의장과 주한 미대사관 등 관계기관에 보냈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도 오는 7일 미군의 재판관할권 포기 1차 결정 시한을 앞두고 대규모 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범대위는 1일부터 재판권 이양 및 부시 미대통령 공개 사과 등을 요구하며 명동성당에서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오는 3일 오후 4시에는 서울 용산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재판권 이양 요청 및 부시 대통령의 공개 사과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유가족과 미 2사단 측은 효촌리 사고 현장 부근에 신효순·심미선 양의 얼굴과 추모글을 동판에 새겨 넣은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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