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백지 신당론'과 관련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가 먼저 사퇴하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후보로서 흔들리지 않고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해 선(先)후보 사퇴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노 후보는 "훌륭한 경쟁자가 나타나면 조그만 기득권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틀을 가지고 재경선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재경선은 존재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盧 "과거 회귀적 신당엔 참여 안 한다"**
노 후보는 신당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미래로 가는 신당이라면 참여하겠다"며 "신당에 관한 구체적 내용이 밝혀지는 대로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한 대표의 '백지 신당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 후보는 "한 대표와 사전협의에서 백지상태 출발이나 후보 사퇴 등에 대해선 전혀 합의한 바 없어 당황했으며, 나는 '재보선 이전에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으나 한 대표는 그 점에 관해 별 얘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노무현 흔들기를 위한 신당론도 있고, 도와주고 후보 이미지를 강화해 주자는 신당론도 있다"며 "과거회귀적 신당이란 노무현 흔들기 신당론에 대해 한 얘기"라고 말해 자신을 중심으로 한 개혁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내 신당 파장 확산**
한편 당내 각 계파들도 자체 모임을 갖고 신당론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신당 창당 문제와 관련해 찬반 양론이 격돌했다.
정대철, 한광옥, 이협, 신기남, 추미애 최고위원 등은 "재보선을 앞둔 시점에서 신당 창당 문제를 거론한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박상천, 정균환 최고위원은 "개헌론에 공감하는 세력을 중심으로 한 외연확대가 우선이며, 후보 재선출 및 신당 창당은 그 이후에 논의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쇄신연대 소속 의원 12명도 이날 오전 모임을 가졌으나 소속 의원들 사이에 신당 창당론에 대한 이견이 있어 합의된 견해를 도출하지 못했다.
장영달 의원은 신당 창당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인 반면, 강성구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노 후보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민주개혁연대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이해찬 의원은 "지금 신당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더욱이 경선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며 한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반면 김근태 의원은 신당 창당에 대해 "그런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봐야 하며 민주세력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국민정당으로 가야 한다"며 신당 창당론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후보 사퇴문제에 대해서는 "노 후보를 압박해서는 안되며 명예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해 노 후보의 선 후보 사퇴 불가론을 지지했다.
이에 반해 이상수 의원은 "형식논리로만 보면 신당이 만들어지면 후보는 다시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노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비(非) 노무현 세력의 선봉에 서 있는 이인제 의원은 지난 30일 측근 의원들과 오찬, 만찬 회동을 잇따라 가졌다.
***장상 총리 임명안 부결로 신당 창당 논의 가닥잡기 어려울 듯**
한편 한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후보와 전혀 이견이 없다"며 "비상한 각오로 당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한 것이며 내일(8월 1일) 오전 노 후보와 만나 말끔히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8월 1일 한 대표 기자회견이 신당 창당을 둘러싼 당내 논란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31일 국회에서 장상 총리 지명자 임명 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정국이 혼란 상태에 빠져 들면서 민주당내 신당 창당 논의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잠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후임 총리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국정장악력이 실추된 청와대와의 관계설정 등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흐트러진 정국의 가닥을 잡는 일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특히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 자민련 의원들이 한나라당과 함께 반대표에 동참했을 가능성이 높아 이른바 반창(反昌)연대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노 후보 중심의 개혁신당, 반노 신당, 민주당의 외연을 확대하는 신당 등 크게 세 갈래로 전개되고 있는 신당론이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이란 파고를 뚫고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 민주당의 하루하루가 숨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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