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사용될 고교 2,3학년용 한국 근현대사 일부 교과서가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 대해 대조적인 평가를 실어 편파적 기술을 했다는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9일 고교 2,3학년 41개 심화선택과목 교과용 도서 3백37종 중 4개 교과서에 대해 검정을 통과시켰다. 이 가운데 (주)금성출판사, (주)대한교과서, (주)두산, (주)중앙교육진흥연구소가 제출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4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교과서들이 김영삼 정권은 비리, 대형사고 등을 중심으로 설명한 반면 김대중 정권은 개혁, 남북화해, 노벨평화상 수상 등을 부각시켜 극과 극으로 대비되는 기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YS '비리와 대형사고로 얼룩진 정권', DJ '개혁과 남북화해에 앞장선 정권'**
이 교과서들에서 문제되는 대목은 한국 근현대사 '현대사회의 발전' 단원 중 '민주주의 시련과 발전' 부분이다.
두산출판사는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후 각종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고 사회불안의식도 확산됐다'고 기술하면서 삼풍백화점 붕괴 사진을 실었다.
금성출판사는 '김영삼 정부가 일련의 개혁을 단행했으나 보수세력을 기반으로 성립한 정권의 속성상 개혁은 한계에 부딪혔고 집권 말기에는 외환위기가 발생했다'고 기술했다.
대한교과서는 '김영삼 정부는 여러 가지 비리의혹과 경제위기로 차츰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됐다...시기상 너무 이르다는 반대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경제위기를 맞은 후 김영삼 정부와 여당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책임 공방 속에 15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고 소개했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는 김영삼 정부에 대해 '대형 금융대출사건인 한보사건과 같은 권력형 비리가 측근세력과 고위공직자들에 의하여 저질러졌다'고 기술했다.
이처럼 YS 정권의 문제점들을 지적한 교과서들은 김대중 정부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주로 실었다.
특히 대한교과서와 중앙교육진흥연구소는 각각 '경제위기 속에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구조개혁에 노력했고 대북 포용정책(햇볕정책)을 실시해 남북화해를 추진했다', '개혁에 대한 시대적 욕구와 시민단체의 활동 속에서 민주화와 시장경제를 내세우면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고 기술해 문제가 되고 있다.
두산출판사는 김대중 정부에 대해 '국민협조 속에 개혁을 추진하고자 노력했다'며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가운데 '외환위기 극복 조치들은 실업자 증대와 외국자본의 지배력 강화를 낳았고, 정치개혁과 교육개혁, 의약분업은 국민적 합의도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금성출판사도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에 힘을 기울이면서 사회개혁과 민주화 추진을 계속해 일단 외환위기에서는 벗어났으나 사회계층간 소득 격차 확대와 제도개혁의 부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기고 있다'고 기술했다.
***민주당도 시정 조치 요구**
한편 평가원에 교과서 검정을 의뢰하고 있는 교육부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술하려 애썼고 특별히 편향적인 부분은 없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문제가 불거지자 한나라당 뿐 아니라 민주당까지 즉각 논평을 발표, 문제가 된 교과서의 수정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30일 논평을 통해 "아직 임기도 끝나지 않은데다 숱한 실정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이 정권이 감히 자신들을 '훌륭한 정권'으로 자처할 수 있느냐"며 "즉각 검정을 철회하고 내용을 바로 잡을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도 30일 즉각 논평을 발표해 "현존 인물과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한없이 신중하게 평가하고 기술해야 옳다"면서 "문제된 교과서 기술에 대한 적절한 시정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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