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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부정, 미국만의 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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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부정, 미국만의 병이 아니다

유럽연합, 23일 회계부정 긴급대책회의

엔론, 제록스, 월드컴 등 미국 대기업들의 잇단 회계부정 스캔들에 이어 국내에서도 외국계 기업인 에쓰오일(S-Oil)이 분식회계로 주가를 뻥튀기하고 국부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대기업들의 회계부정은 미국만의 병리현상이 아님이 밝혀진 것이다.

실제로 회계부정은 미국을 넘어 유럽은 물론 개발도상국들에서도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음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변칙적 회계에 의한 대기업의 도산으로부터 유럽 금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23일 회원국 금융 당국자 및 금융감독기구 대표자 긴급회의를 갖는다.

최근 밝혀진 프랑스의 세계적 미디어 업체 비방디의 회계부정에 이어 스웨덴의 복합 엔지니어링 업체인 ABB, 아일랜드의 제약업체 엘란 등도 주가를 부풀리기 위해 회계 부정을 자행한 사실 등이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EU의 금융담당 집행위원 프리츠 볼커스타인은 23일 회의에 대해 연기금 등이 포함된 금융사기가 발생할 경우 "수십억 유로에 이르는 유럽의 주식들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분식회계로 물의를 빚은 엔론과 월드컴 등 다국적기업들은 미국 외의 개발도상국가에서 기존의 회계 관행을 고스란히 유지하며 갖은 부정을 자행하고 있다고 미국의 시민단체 '기업감시(Corporate Watchdog)'이 최근 주장했다.

특히 이들 다국적기업들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지원과 정부관료들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제3세계 국가에서 아무런 제재조치 없이 회계부정, 인권침해 등을 저지르고 있어 개도국들은 거대 기업들의 횡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이 시민단체는 지적했다.

***세계적 미디어 업체 비방디의 회계부정**

1853년 제네럴데오라는 수도회사로 출발한 비방디는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회사 이름을 지금의 비방디로 개명하고 시그램 및 프랑스 카날 플뤼 방송사 등을 인수, AOL 타임워너에 버금가는 거대 미디어 업체로 거듭났다. 비방디는 지난 2000년, 약 22억7천만달러의 순익을 거두며 53%의 비약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때 주가가 3백 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10월 위성방송사인 B스카이B의 41억5천만달러 가량의 지분을 매각, 편법 처분하면서 위기의 징후가 나타났다. 2002년 3월 비방디는 1백34억 달러라는 프랑스 기업역사상 가장 큰 손실액을 기록하며 총 1백89억 달러의 빚더미에 앉았다.

비방디는 수도회사와 아탈리아 유료 TV 회사를 매각하는 등의 긴급 구조계획을 발표했으나 재정난이 심각해져 그룹 CEO 장 마리 메시에와 그의 정치적 동반자 조스팽 총리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결국 지난 6월 비방디의 CEO는 시라크를 지지하는 장 르네 포르투로 교체됐다.

7월 초, 르몽드가 '비방디의 15억달라 손실 은폐 의혹'을 보도하자 주식 가치는 하루만에 40%가량 떨어졌다. 이후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은 곤두박질쳤으며 주가도 급락해 급기야 지난 9일 프랑스 금융감독원은 비방디의 사무실을 긴급 조사했다.

***CEO가 고액 연금 챙겨간 ABB**

ABB는 1988년 스웨덴의 아세아 그룹과 스위스/독일계 회사인 브라운 보베리의 합병으로 탄생한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다.

ABB는 지난 6월 말, 자바 알제리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전력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인도의 발전소 개발 연구도 착수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선언한 로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BB는 지난 2000년 북한과 2기의 핵발전소 건립 계약을 체결, 당시 총 주식 규모는 2백5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2001년 10월, 그동안의 회계 관행이 금지되면서 37달러이던 주가가 6달러로 떨어졌으며 시장가치는 46억달러로 평가절하됐다. 더욱이 이같은 조치 이후 ABB는 6억9천1백만 달러의 손실과 60억 달러의 채무를 안게됐다.

특히 올해 2월 퍼시 바네빅 회장은 이사진 몰래 7천8백만달러를 유용했으며 CEO인 고렌 린달에게 1억6천만달러의 연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같은 범죄행위는 회사가 1만2천여명의 근로자를 감축하는 동안 행해진 것으로 알려져 스웨덴에서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올해 4월, ABB의 신용등급은 하향조정 됐으며 회사는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 게다가 일부 간부들이 지난 99년과 2000년에 영업손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 적발되면서 영국 런던 지사의 직원들을 해고하는 한편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은 바네빅과 린달은 자신들이 유용한 돈의 일부를 환원했다.

***엘란, 아일랜드 기업사상 최대의 파산**

아일랜드 회사인 엘란은 1969년 제약회사로 출발 생명공학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갔다. 엘란은 알츠하이머병 등 각종 질병 치료제 개발을 주도해 한때 엘란의 주가는 74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엘란의 종업원은 불과 4천5백여명이었지만 지난해 여름까지 자본 평가에 있어서는 여느 아일랜드 기업의 두배에 달하는 2백20억 달러를 기록했다. 게다가 엘란은 44억 달러의 부채를 끌어들였다.

그러나 회계조작 소문이 돌면서 주가는 하루만에 52%가 떨어졌다. 이는 아일랜드 기업 역사상 최대의 파산으로 기록됐으며 아일랜드의 시장가치 지표를 16%나 떨어뜨린 사건이었다.

엘란은 50여개의 협력업체들과 의약품 개발에 따른 미래의 특허권을 팔아 자금 규모를 부풀리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비상식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현재는 사임했지만 최고경영자이자 회장이었던 도날 지니는 연봉과 보너스 명목으로 2백99만 달러를 받았다.

7월 11일 엘란에 대한 조사를 맡은 미국 증권거래 위원회는 엘란과 계약을 체결한 크레딧 스위스와 모건스탠리에 소환장을 발부했다. 한편 미국 투자자들은 엘란에 대해 집단 소송에 착수했다.

***파산한 엔론, 개도국에서의 횡포는 여전**

한편 초국적기업 감시단체인 '기업감시'는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IMF와 세계은행 등과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의 지원과 개도국 정부의 비호하에 빈국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회계부정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감시'는 엔론과 월드컴 등 미국에서 회계부정을 저지른 초국적기업들이 수많은 개도국에서 사회적, 환경적 범죄를 자행하며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회계부정, 정부관리 매수 등 이들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개도국 정부들은 무방비 상태에 있다고 '기업감시'는 지적했다.

워싱턴 정치연구소의 나디아 마르티네즈는 엔론은 회계부정으로 파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공적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엔론은 국제개발은행으로부터 1억2천5백만달러를 지원받아 볼리비아 가스파이프라인 사업업체인 트랜스레즈사의 주식 25%를 보유하고 있다고 마르티네즈는 지적했다. 마르티네즈는 또 세계은행과 유럽투자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들이 엔론에 약 70억 달러의 재정 지원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월드컴은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의 수많은 개도국에서 전화사업과 인터넷 네트워크 사업으로 이익을 보고 있으며, 미국 발전업체인 AES는 우간다 관료를 매수해 댐 건설을 승인받은 후 나일강의 부자갈리 발전소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IMF, WTO, 세계은행 등이 제3세계에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신뢰와 규제완화, 정부의 간섭 배제, 자유로운 기업활동'이라고 지적하고 빈국들은 거대 기업의 횡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으며 초국적 기업의 자산은 빈국들의 예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을 포함해 부시 행정부의 많은 관료들이 대기업의 전직 이사였다는 점을 들어 정경유착 문제도 지적했다. 이들은 "기업 경영자들과 정부 사이의 돈의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돈과 정치 사이에 차단장치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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