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7.11 개각에 대해 정치권은 '환영'보다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특히 지난 4일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했던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논평이 없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논평을 발표해 "중립성 확보를 위한 개각이라기보다는 무기력한 인사"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통해 "퇴임을 불과 1년도 남겨 놓고 있지 않은 김대중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권한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결국 '문책'과 '실무'로 끝났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민주당과 자민련은 장상 총리서리에 초점을 맞춰 "첫 여성 총리 등장을 환영한다"면서 개각 전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노 후보, "논평없다"며 은근히 불만 표시**
노무현 후보는 11일 단행된 개각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핵심 측근들은 "지난 4일 노 후보의 거국중립내각 제안에는 맞지 않는 개각"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노 후보는 이날 기자들로부터 개각 논평을 주문받고 "솔직히 논평하고 싶지 않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노 후보는 "지난 4일 제안한 취지에 부응하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의 각료 추천이라는) 내 제안을 한나라당이 거부했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얘기"라고 대답했다. 노 후보는 여성 총리에 대한 평가 주문에도 "아는 바 없다"고 말을 잘랐다.
이와 관련, 김원기 후보 정치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개각이 노 후보가 건의했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또 "노 후보는 지난번 기자회견에서 민심이 안 좋은 현실에서 한나라당의 무제한 공격으로 유발될지도 모를 국정혼란을 차단하기 위한 충정에서 그같은 제안을 했던 것"이라며, 김정길 전 법무장관이 재기용된 것 등 이번 개각내용에 대해 "지금의 민심과 한나라당이 뭐라 할 수 없는 인물을 써야 한다는 후보의 충정에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박한 8.8 재보선 및 대선정국에서 대통령 두 아들 비리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강도높은 공세가 정국을 주도할 것을 예상, 개각을 통해 한나라당의 공격 예봉을 꺾어줄 것을 기대했던 노 후보측의 요구가 완전 거부당한 것에 대한 실망감이다.
이와 같은 노 후보 진영의 분위기와 관련, 한 측근 의원은 "(노 후보가) 깊은 우려에 따라 말문이 막힌 것"이라고 표현했다.
***한나라당 "박지원·임동원·신건 등 교체됐어야"**
한편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첫 여성총리가 임명된 데 의미를 둘 수 있으나 중립성 확보를 위한 개각이라기보다 무기력한 인사"라며 "특히 권력비리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김정길 전 법무를 다시 임명하고 이근식 행자장관을 유임시킨 것은 중립내각을 요구해온 우리 당과 국민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남 대변인은 또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임동원·이기호 청와대 특보, 신건 국정원장 등에 대한 우리 당의 교체요구를 완전히 무시했다"고 말했다.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는 김정길 법무장관 재임용과 이근식 행자장관 유임에 대해 "중립내각을 위한 의지를 찾아볼 수 없는 예"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이상현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발표, "개각 이전에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가 거국중립내각을 촉구했고, 개각을 발표하면서 박지원 대변인이 개혁적 인사들을 발탁했다고 발표했지만 결과는 미지근한 보각 차원에 머물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 개각에서 '거국'과 '개혁'은 사라지고 말았다"면서 "문책과 실무로 끝나버린 마지막 개각이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당·자민련, "첫 여성총리 탄생 환영"**
반면 민주당은 이번 개각에 대해 '비정치성 실무형 내각'으로 평가하고 8.8 재보선과 12월 대선의 공정한 관리를 주문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인선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고 특히 건국 이래 처음으로 여성총리가 등장한 것은 신선하다"며 "장상 내각이 국민의 정부 임기말의 국정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8.8 재보선과 12월 대선을 공명정대하게 관리해줄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자민련도 장상 내각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11일 장상 총리서리에 대해 "처음으로 사람 제대로 보고 잘 골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유운영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장관과 청와대 수석 인사에 대해서는 "별 특징이 없다"며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개각은 실질적으로 국민의 정부를 마무리하는 내각으로 대통령 아들들의 부정비리와 대북정책 등으로 실추된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전 국무위원들이 진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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