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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왜 제 살은 도려내지 않으려 하나"

부패방지위원회, 검찰에 대한 '불신임 선언'

"검찰은 왜 남의 살은 잘 도려내면서, 제 살은 도려내려 하지 않는가?"

검찰에 대한 '신뢰'가 밑둥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명재 검찰' 최대의 위기다.

***부패방지위, 검찰에 대한 '불신임 선언'**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강철규)는 9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부방위 고발에도 불구,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전·현직 장관급 인사 2명과 검찰 고위간부 1명 등 3건에 대해 재정신청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정신청이란 검사가 고소·고발된 공무원을 기소하지 않을 때 고소·고발인이 해당 공무원을 재판에 넘겨달라고 고등법원에 요구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마디로 말해 검찰에 대한 '불신임 선언'이다.

현행 부패방지법은 부방위가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지난 1월 출범한 부방위가 재정신청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방위는 금주 중 검찰을 통해 재정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서울고법은 재정신청서를 접수(검찰 처분 후 57일 이내)한 후 20일 이내에 재정신청 수용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부방위의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법원은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하며 특별검사는 이들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한다.

***검찰, 검찰 관련자 세명 모두 '혐의 없음'통보**

부방위는 지난 3월30일 헌법기관 장관급 R씨에 대해 지난 96년부터 지난해까지 부하직원의 승진 등 인사청탁과 관련해 1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향응을 접대받은 혐의로, 현직 차관급 검사 L씨에 대해서는 지난 96년부터 98년까지 직위를 이용해 사업가 등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1주일에 2-3번씩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인사청탁을 위해 상사인 전 검찰총장 K씨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상납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부방위는 전 검찰총장 K씨도 함께 고발했다.

세 명 모두가 검찰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 인사들이어서, 여론은 과연 검찰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예의주시해왔다.

검찰은 그러나 부방위 고발에 대해 지난 3일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부방위에 헌법기관 장관급 R씨의 혐의에 대해 "범죄 혐의 사실이 없으며 일부 고발내용에 대해서는 수사가 미흡한 상태"라고 통보했다. 또 차관급 검사 L씨와 전 검찰총장 K씨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또는 '혐의없음'으로 통보했다.

***부방위, "무슨 소리냐, 증거가 이렇게 많은데"**

이에 대해 부방위는 펄쩍 뛰며 반발했다.

부방위는 9일 발표문을 통해 "R씨의 경우 신고인 및 참고인, 이해관계인 등에 대해 면밀한 확인조사를 했고 R씨도 검찰 조사시 매년 여러 차례 수십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았고 2백만원은 수수한 후 20여일이 지나서 반환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고 재정신청 이유를 밝혔다.

부방위는 L씨와 K씨에 대해서는 "현직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인사 청탁을 위해 K씨에게 고액의 이란산 카페트를 전달한 것에 대해 운전기사 등 참고인들이 구체적인 정황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면서 "신고한 사람도 검찰 수사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재정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방위는 또 "지난 3일 불기소 처분 통지서를 회신받은 즉시 부패방지법에 의거, 불기소사건 기록 열람· 등사 신청을 서울지검에 두 차례나 요구했으나 검찰 측은 이를 불허했다"며 "현 단계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검찰의 '자기 식구 봐주기 수사'에 정면 대응**

부방위가 재정신청을 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검찰 수사의 객관성 및 공정성이 도마에 오르게 됐으며 앞으로 진실규명 및 기관의 신뢰도를 놓고 부방위와 검찰간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 예상된다.

부방위의 이같은 결정은 검찰 수사가 '자기 식구 봐주기' 식으로 진행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향후 부방위 활동이 유명무실해져 조직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이들에 대한 고발은 부방위의 첫 고위공직자 비리 고발이었다.

아울러 부방위가 나름대로 진실규명에 자신감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재정신청으로 검찰에 맞대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는 '부천서 성고문사건'과 '김근태씨 고문사건' 등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부방위의 재정신청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부방위 재정신청으로 최근 김대웅 고검장, 신승남 검찰총장 등에 대한 편파·축소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은 사면초가의 어려운 처지로 몰리게 됐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지배적 관측이다.

***"법원이 어느 쪽 말을 믿어주느냐가 관건"**

부방위는 지난 8일 9인 전체회의를 열고 3시간여 동안의 격론 끝에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정면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위원들간에 재정신청 '불가피론'과 '신중론'이 맞서 논란을 벌였으나 완전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다수의 의견에 따라 재정신청키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한 부방위원에 따르면 "3건 모두 만장일치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부방위원들의 결정을 어렵게 한 것은 검찰의 수사자료를 전혀 열람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검찰이 부방위에 보내온 수사결과 통보 내용은 불기소처분 결정문뿐이어서 검찰이 어떤 근거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는지 충분히 파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부방위 측은 재정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이 어느 쪽 말을 믿어주느냐가 재정신청 수용여부의 핵심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비리공직자가 헌법기관과 검찰의 전현직 고위 간부이기 때문이다.

부방위 측은 "인사청탁 명목으로 돈을 줬다는 사람은 통장까지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상대방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이 부방위와 검찰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패배한 기관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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