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 의원이 5일 "프랑스식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 연말 대선을 치르자"고 제안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자는 이같은 이 의원의 제안은 연말 대선 출마를 위한 연대전선 구축의 의미를 깔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프랑스처럼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눠갖자"**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 제도를 갖고 있는 현 헌법하에서는 임기말에 반드시 부패하게 돼있다"며 "지금 바로 개헌을 추진해야 하며 국회내에 헌법개정 추진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현법개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새 헌법의 틀 안에서 금년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프랑스식 분권형 대통령제가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즉 대통령에게는 외교, 안보, 국방, 통일 등 외정 권한을 주고, 내정에 관한 행정권은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는 정당 또는 정당연합의 대표인 총리가 구성하는 정부에 주는 이원집정제를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 의원은 아울러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4년에 한번 동시에 치르고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제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현행 5년 단임제에 대해 "지난 87년 6월 항쟁 이후 마련된 현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 장기집권 저지라는 민주주의를 발전시켰지만 국가 리더십 붕괴와 정치부패를 몰고 온 실패한 헌법"이라며 "세 명의 대통령 모두 한결같이 친인척 측근들과 부패라는 늪에 빠져 '식물 대통령'이 돼 버리고 대통령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분권형 대통령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현 헌법하의 세 대통령은 국가원수와 행정수반의 겸직으로 모든 통치권을 한 손에 집중시키고 소속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 의회 기능을 위축시켰고 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를 정치권력에 예속시켜 법의 지배를 가로막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연내 개헌'의 현실성에 대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집권 후에 개헌하겠다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개헌 의지가 없다는 것인 만큼 개헌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시기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개헌론 통해 '反노反창'세력 결집하려나**
이 의원은 '개헌론'의 명분으로 권력형 비리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실은 8.8 재보선을 전후로 한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대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특히 이 의원이 이날 서둘러 기자회견을 한 것은 4일 노무현 후보가 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함으로써 민주당이라는 틀에 안주하지 않고 독자적 행보를 가속화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데 따른 긴급대응으로 분석되고 있다. 요컨대 노 후보측 일각에서 '탈 DJ-개혁컬러 강화-개혁신당 창당'의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는 데 대해 '반노 세력' 결집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여기에 6월 지방선거후 궤멸위기에 직면한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민국당 김윤환 대표 등도 개헌론에 가세, 최근의 개헌론은 확실히 정계개편을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종필 총재는 4일 청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헌논의가 표면화되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며 "순수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절대권력의 대통령제 폐해를 없애기 위해 현행 정치제도를 조속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민국당 김윤환 대표도 이날 당직자회의에서 "개헌과 정계개편을 주장하는 인사들이 금명간 자리를 같이 해 논의를 시작하자. 설사 대선 전 개헌이 안 되더라도 대선과정에서 개헌세력이 단결, 대선 후에라도 개헌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 제안했다.
이날 이인제 의원의 기자회견에 이어 민주당 중도개혁포럼도 조만간 전체회의를 열어 개헌론을 공론화할 태세인데다 당 정치개혁특위(위원장 박상천)가 국회 차원의 개헌논의를 공식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연말 대선을 앞두고 개헌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정가에서는 그러나 이같은 개헌론의 속내가 실제로 연내에 개헌을 하겠다는 목적보다는 현실정치권에서 소외된 인사들의 결집명분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 실제로 개헌논의가 대세를 이룰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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