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오랜 진통끝에 8.8 재보선 대비체제를 구축했다.
민주당은 23일 저녁 예정에 없던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단합의 시간을 가진 데 이어 2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직 개편을 단행하고 8.8 재보선 특별기구 및 당발전개혁특위를 구성했다. 6.13 지방선거 참패 후 11일 만의 일이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무총장에 유용태, 정책위의장에 임채정, 대변인에 이낙연 의원, 기획조정위원장에 배기선 의원을 임명했다.
또 8.8 재보선을 전담할 특별기구 위원장에 김근태 고문을 선임했고, '당발전개혁특위' 위원장은 한화갑 대표에서 박상천 최고위원으로 변경했다.
***민주당 내분, 1·2차 진화 작업 거쳐**
6.13 지방선거 참패 직후인 17일 열렸던 '최고위원·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는 당 내분 수습을 위한 1차 진화작업이었다. 일부 비주류 의원들이 '후보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노 후보가 던진 '재보선 후 재경선' 승부수가 내분 수습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었다.
이어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후보와 당지도부에 대한 재신임을 의결하고 19일 당무회의에서 이를 추인함에 따라 비주류 의원들의 '후보 즉각 사퇴'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내분은 이 과정을 통해 완전히 진화되지 못했다.
20일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중도개혁포럼(회장 정균환) 회의에서 박병석 이근진 송석찬 등 친 이인제 의원들은 '후보사퇴론'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이들은 또 연구모임의 성격을 띠는 중도포럼을 정치조직화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 일각에선 쇄신연대에 대항하는 조직이 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쇄신연대가 친노무현 성향을 띤다면 중도포럼이 이에 대항하는 반노 세력의 결집체로 전환, 당 내분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또 21일 김원길 사무총장, 박병윤 정책위의장, 정범구 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가 사퇴 및 당무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또 다시 혼란에 빠져들었다. 박병윤 정책위 의장과 정범구 대변인이 현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당직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사태가 이처럼 다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최고위원들이 즉각 대응에 나섰다. 23일 휴일 저녁임에도 예정에 없던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가졌고,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직 개편을 전격 단행함에 따라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일거에 강경 진압했다.
말하자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제2차 내분 진화작업이 일단락된 셈이다.
***민주당 새 진용, 주류와 비주류의 '타협형'**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단행된 인사는 노 후보와 한화갑 대표, 여타 최고위원들의 요구가 적절히 수용되는 '타협형'으로 분석된다.
노 후보는 8.8 재보선 특위 위원장에 김근태 고문, 정책위의장에 임채정 의원을 천거했다. 두 사람 모두 재야출신으로 재보선, 더 나아가 대선에서 '노무현 컬러'를 명확히 하겠다는 노 후보의 의사를 당에서 받아들였다.
한 대표는 대선기획단장에 문희상 최고위원을 유임시켜 '노-한 체제'를 계속 공고히 하는 한편, 당내에선 이낙연 대변인, 배기선 기조위원장 등을 통해 주도권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유용태 사무총장과 박상천 당발전개혁 특위장 선임은 비주류 측의 요구가 관철된 것이다.
유용태 사무총장은 지난 23일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한광옥 최고위원과 정균환 총무가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총장은 중도개혁포럼 소속이며 이인제 전 고문과도 가까운 사이다.
또 주로 외부인사 영입을 관장할 것으로 알려진 당발전개혁 특위장이 한 대표에서 박 최고위원으로 교체됨에 따라 향후 정계개편과 관련, 비주류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대변인은 "대표가 특위위원장을 맡는 것보다 '정치적 쿠션'을 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박 위원이 위원장을 맡았고 지도부간 역할 분담의 의미도 있다"고 교체이유를 밝혔다.
민주당은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새 진용을 짰다. '타협형' 진용 구축으로 후보교체와 집단지도체제 비판의 내분사태는 그 수위가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8.8 재보선까지의 한시적 집행부다. 재보선 결과에 따라 민주당은 또 다시 격랑 속에 휘말릴 가능성을 안고 있다. 재보선 이후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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