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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악마의 'Corea'에 담긴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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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악마의 'Corea'에 담긴 시대정신

"일본 및 미국 잔재를 털어내고 자긍심 되찾자"

'Corea'.

요즘 붉은 악마들이 우리팀 경기를 응원할 때 사용하는 플래카드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이다. 이를 볼 때마다 기성세대들은 "왜 'Korea' 대신 'Corea'라고 쓸까" 하고 궁금해 한다. 파격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의 단순한 유행인가, 아니면 그 이면에 어떤 시대의 메시지가 담겨진 것인가.

***Corea라는 표기는 '일제잔재 청산' 노력의 하나**

붉은 악마를 위시한 젊은이들 사이에는 우리나라 영문표기를 'Corea'로 바꾸는 것이 '일제잔재의 청산' 노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유인즉 19세기 말까지 Corea로 국제사회에 알려졌던 것이 일제에 의해 Korea로 바뀌게 됐다는 통설 때문이다.

고려 때 인도와의 무역을 통해 우리나라가 Corea라는 이름으로 처음 국제사회에 소개됐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온 얘기다. 지금도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유럽국가들은 한국을 'Coree'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영어권 국가에서도 19세기말까지는 Corea가 쓰인 것으로 보인다. 1890년 영국은 영국대사관을 지으면서 초석 글귀에 우리의 국명으로 'Corea'로 새겼다. 1895년 7월 15일자 뉴욕 헤럴드지에도 '조선(Corea)의 여왕'이란 설명과 함께 명성왕후의 초상화가 소개됐으며, 같은 해 호주학술진흥학회 역시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소책자를 발간하면서 국명을 Corea로 표기했다.

***지난해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사건후 확산**

그러나 'Corea'의 C가 언제, 왜 K로 바꿨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김태식 홍익대 교수는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면서 자신들의 국명인 Japan 보다 대한제국이 앞서는 것을 막기 위해 영문 표기를 Korea로 바꾸게 했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직 확실한 증거는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도 "해방직후 최남선 선생이 쓴 '조선상식문답'이란 책에 보면 Corea의 유래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오나 C가 K로 바뀐 이유는 찾아볼 수 없다"면서 "일본이 국명을 Korea로 바꾸게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와 박 연구원에 따르면, 세간의 통설과는 달리 19세기부터 Corea와 Korea가 혼재되어 사용돼 왔다.
김 교수는 "19세기말 외국문서 상에 Korea라고 표기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일제시기에 독립운동단체들 중에 대한제국을 Korea로 표기한 단체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요컨대 Korea라는 표기를 일제잔재로 정의 내리기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 사이에 불고 있는 'Corea 표기 운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존심 회복 운동이라는 측면에서 시대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일반적 여론이다.

붉은 악마는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 응원때 'ALLEZ COREE'(힘내라 한국)라 쓰여진 프래카드를 사용해왔다는 점, 지난해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사건이 발생했을 때나 올초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주최국인 미국의 편파판정 시비가 불거졌을 때 네티즌들 사이에 'Corea 표기 운동'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는 점은 이를 증명해준다.

***차제에"미국이름 표기도 바꾸자"**

'Corea' 만이 아니다. 올 들어 네티즌들 사이에는 미국의 한자 표기를 아름다울 미(美)자 대신 쌀미(米)자를 써서 '米國'으로 바꾸자는 운동도 활발하다. 올 초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의 편파판정 시비 이후 젊은 네티즌들 사이에 반미 열풍이 미국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미국 국가명 한자표기 바꾸기 운동'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 운동은 공식적으론 지난 4월14일 해태제과 소액주주운동본부(대표 염경우) 주도로 시작했다. 이들은 지금도 '미국이름바로잡기운동본부'(www.ricemi.com)라는 사이트를 통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고 있다. 5월31일 현재 1천6백54명의 네티즌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한자 표기를 바꾸자는 의견에 응답자 2천3백46명의 97%인 2천2백93명이 찬성했다.

운동본부 측은 "FX 사업자 선정,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 국내 우량기업의 헐값매각, 동계 올림픽 편파 판정, 미군 범죄 등 우리 국민에게 많은 상처와 아픔을 주는 나라에 대해 아무 생각없이 '아름다운 나라'로 부르는 것은 사대주의적 발상에 의한 표기 방법"이라며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운동본부 측은 또 "미국 이름 바로잡기 운동은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인들 뿐 아니라 우리 후손들에게도 중요한 일"이라며 "교과서, 신문, 사전 등 대한민국의 모든 곳에서 미국의 한자 표기가 바로잡힐 때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6일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및 네티즌들이 참여한 '미국 이름 바로잡기 걷기대회'를 시작으로 대국민 홍보활동을 활발히 벌일 계획이다.

***美國은 아름다운 나라라는 뜻이 아니라 중국이 America를 음차한 것에 불과**

우리나라가 미국을 '美國'으로 표기하게된 것은 중국이 'America'를 음차해 '메이리지안(美利堅)'으로 표기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 반면 일본은 미국을 '베이고꾸(米國)'로 음차해 표기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한자 표기를 바꿀 바에야 일본식 음차어인 '米國'이 아닌 좀더 주체적 표기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각도에서 미세할 '미(微)'자를 사용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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