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수와 학생들이 김정배 총장 연임 반대행동에 본격 돌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측은 당초 방침에서 한 치 양보없이 김 총장 유임을 고집하고 있어, 고려대의 '한 지붕 두 총장 체제'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재단, "김 총장 연임은 합리적이고 적법" 주장**
고대 교수협의회(회장 백영현)는 20일 오후 교내 4.19 기념탑 앞에서 교수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장연임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김정배 총장 연임결정 철회를 위해 투쟁할 것을 선언했다.
참석자들은 투쟁선언문을 통해 "김 총장이 총장 연임을 위해 교수협의 총장후보 경선절차를 무시하고 사실상 자신에 의해 임명된 다수의 위원으로 구성된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총추위)에 입후보한 것은 부도덕의 극치"라며 "재단은 김 총장의 연임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재단인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교수대표가 단과대별로 한명씩 포함된 총추위에서 김 총장을 비롯해 교수협에서 추천한 2명의 교수 후보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단은 이 결과를 존중, 총장을 선출한 만큼 김 총장의 연임은 합리적이고 적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대의 총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3일 재단이사회가 그 동안의 절차를 무시하고 김정배 총장의 연임을 결정함으로써 촉발됐다. 교수협은 이에 맞서 자체 투표를 실시해, 이필상 경영대 교수를 새 총장으로 선출했었다.
***교수협 "25일 총장 불신임 투표할 것"**
교수협은 오는 22일 본관 앞에서 총장 연임에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갖는 데 이어, 25일에는 비상총회를 열어 김 총장 해임 권고안을 상정해 불신임 투표에 붙일 방침이다.
교수협 측은 "교수협 규정상 교권을 침해하고 총장 등 선출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할 경우 총장 해임권고안 상정이 가능토록 돼 있다"면서 "교수, 학생 등 학내 대다수 구성원들이 김 총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재단 측의 밀어붙이기식 행동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교수협은 지난 18일 회의를 열고 교수 1백80여명의 발의로 해임권고안을 상정키로 결정했다.
규정상 김 총장의 해임권고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교수 과반수 출석과 출석 3분의 2이상의 총장 불신임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또 단과대 교수협의회, 직장노동조합, 강사협의회 등에서 김 총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연일 발표하고 있다. 경영대, 자연과학대, 정경대를 시작으로 9대 단과대 교수협이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8일에는 고대 70년대 학번 교수 1백65명도 김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총학생회는 학내 곳곳에서 20-21일 김 총장 연임 반대와 관련한 서명을 운동을 벌이고 오는 23일 총궐기 대회를 갖는다는 계획이다.
한편 학교측이 지난 13일 김 총장이 지난해 사용한 판공비가 이전에 밝힌 6천5백만원보다 4천7백만원 정도 많은 1억1천만원이라고 밝힘에 따라 총장 연임 절차뿐 아니라 과다 판공비 지출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직원노동조합 측은 총장의 판공비 내역을 공개할 것으로 요구했으나 학교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다음달 15일이면 공식 임기가 끝나는 김정배 총장은 현재 병원에서 요양중이며 이번 주 중에 퇴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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