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검이 지난 10일 우근민 제주도지사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부부에게 소환장을 발부,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신 전지사는 지난 3일 한나라당 제주도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검찰이 신구범 전 지사를 소환키로 한 것은 우 지사 측에서 '정치적 음모설'을 제기하며 신 전지사를 배후인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우 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고모씨가 우 지사와의 대화를 녹음했던 소형녹음기를 사다준 김모씨(여)가 신 전지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플러스 생활복지 연구회 간부이기 때문. 김씨는 지난달 24일 MBC '시사매거진 2580'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씨의 부탁을 받고 녹음기를 사다줬을 뿐"이라고 신구범 전 지사와의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이 신 전지사를 소환함에 따라 제주여민회는 지난 11일 신 전지사 부부가 검찰조사에 응할 것과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제주여민회는 그러나 "검찰은 우 지사와 고모씨에 대한 대질신문도 하지 않고 피해자의 변호인단이 요청한 피해자 측 참고인 조사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다른 조사는 뒤로 미루고 신 전지사 부부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는 것은 우 지사가 주장하는 '정치적 음모'에 초점을 맞춘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제주여민회는 또 "신구범 전 지사 부부에 대한 검찰조사의 배경과 의도가 무엇이든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지사 후보로 나서는 정치인이라면 검찰의 조사에 응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원순 변호사(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신철영 경실련 사무총장, 이시재 환경연합 정책위원장, 하유설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여성분과), 안상운 변호사, 김삼화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이 사건의 민간진상조사위원회는 다음주 중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은 제주여민회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신구범 전 지사 부부의 검찰 조사 통보에 대한 우리의 입장**
***신구범 전 지사 부부는 검찰 조사에 응하고, 검찰은 공정한 수사를 위해 노력하라**
제주도지사 성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우근민 지사가 피해자와 제주여민회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고, 이에 따른 검찰조사가 진행중이다.
피해자와 제주여민회는 피고소인의 입장에 서는 것이 부당함에도 성추행의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뜻에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응해 왔다.
그동안 검찰은 고소인과 피고소인 및 참고인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며, 지난 10일에는 신구범 전 지사 부부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통보하였음을 발표하였다.
이번 사건에 대한 우근민 지사의 고소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므로 성추행이 허위인지, 사실인지의 여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누구를 참고인으로 조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검찰의 재량권에 속한다. 피의 사실에 입각한 법적인 관점에서의 수사는 검찰이 언론기관이나 여론과는 다른 기능이고 그렇기 때문에 검찰 수사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법적인 관점에서의 수사를 위해 검찰은 수사방법으로 양 당사자의 주장이 극단적으로 다를 경우에 대질이라는 방법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성추행 사실 여부를 가림에 있어 통상적인 수사절차에 흔히 사용하는 도지사와 피해자에 대한 대질신문도 아직 하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의 변호인단이 요청한 피해자측 참고인 조사도 하고 있지 않다.
다른 조사를 뒤로 미루고 신 전 지사 부부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는 것은, 성추행 사실 여부보다 우근민 지사가 주장하는 '정치적 음모'에 맞춘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우리는 검찰에 대한 이런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신 전 지사 부부가 검찰 조사에 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도민사회의 갈등과 분열, 지방선거를 앞둔 마타도어가 판치는 지금의 상황에서 정치적인 연관성 여부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구범 전 지사 부부에 대한 검찰조사의 배경과 의도가 무엇이든 근거없는 비방과 정치 음모론으로 시민운동의 공익적 활동의 의미를 손상시키는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지사 후보로 나서는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사실 확인을 위한 검찰의 조사에 응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판단한다.
여성단체장에 대한 집무실에서의 성추행이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면, 이번 사건이 공개된 후 우근민 도지사가 제기한 '정치적 음모론'은 피해자와 제주여민회에 큰 고통과 분노를 주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인 성추행에 대한 여성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 왔으며, 지난 3월 14일의 녹음 공개 기자회견에서 '여성인권 유린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어떤 세력에도 반대하며,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모든 세력과 싸워 나갈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밝혀두는 바이다.
우리는 신 전 지사 부부가 검찰 조사를 수용함으로써 이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정치적 음모와 관련된 논란이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검찰은 성추행 사실 여부의 조사를 공정하게 진행할 것을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지방선거를 앞 둔 시기라는 점 때문에 더 이상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여타의 논란은 중지되어야 한다.
2002년 4월 11일
사단법인 제주여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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