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다시 음모론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이인제 후보 측은 8일 "경선에 대통령 친위조직이자 당의 공식조직인 '연청(새시대 새정치 연합 청년회)'이 조직적으로 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의 김윤수 공보특보는 이날 오후 민주당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5일 부산 서면 한 갈비집에서 열린 한화갑 고문 초청 연청 부산시지부 간담회 자리에서 문희상 의원이 '광주, 강원에서 노풍을 연청의 힘으로 이끌어 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특보는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노인환씨의 친필 자술서라고 밝힌 2쪽 짜리 문건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연청 측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연청 중앙회장인 배기선 의원은 "개인적인 회원들의 호불호를 전체 연청의 움직임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 후보 측의 김만수 언론특보는 "이 후보 측의 주장은 엄청난 비약"이라며 "당 내부에 상처를 입히는 음모론을 더 이상 제기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라고 말했다.
***모임 성격ㆍ발언에 대한 주장 엇갈려**
이인제 후보 측은 노인환씨의 자술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문희상 의원이 '연청이 나서서 제주도에서 한화갑 후보를 1등을 만들어 대세론을 울렸고 광주에서는 '노풍'을 연청의 힘으로 이끌어 냈다. 강원도에서는 절대 열세인데도 불구하고 연청의 힘으로 7표차로 노 후보의 승리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이 공개한 자술서에 의하면 노인환씨는 또 "문 의원이 '개혁을 완수하려면 대통령 뜻에 반대하지 않고 잘 따르는 후보를 밀어야 한다'면서 '노무현 고문이 대통령이 되고 미국ㆍ일본과 외교적인 면이 강한 한화갑 고문이 당대표가 돼야 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문희상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이 후보 측이 5일 모임의 성격과 문 의원 발언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나의 부산 방문 소식을 접한 연청 출신 후배들이 초대한 모임으로 연청 차원의 공식행사가 아니었다"며 "한화갑 고문은 잠시 들렀다가 인사만 하고 나갔는데 한화갑 고문 초청 모임이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 고문이 잠시 들르기만 했다는 것은 노인환씨의 자술서에도 포함돼 있는 내용이다.
문 의원은 "외교역량으로 상호보완할 수 있는 사람이 당대표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발언은 했으나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한 적 없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한화갑 고문 사퇴 이후 대선 후보 경선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청 전남지부 관계자는 "연청이 한화갑 고문과 친밀한 관계인 것은 사실"이라며 "광주에서 조직적으로 지원을 하려면 한 고문을 지지하지 왜 노무현 고문을 지지하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앙에서 여러차례 중립을 유지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으며 지부에서도 회원들에게 이러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부산 모임에 참석했던 엄대우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연청이 제주에서 한화갑 고문을 지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광주나 강원에서 노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인환씨 직함도 서로 엇갈린 주장**
양측은 이 사실을 이인제 후보 측에 알린 노인환씨의 직함에 대해서도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김윤수 공보특보는 노인환씨가 연청 부산시지부 사무차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 부산시지부 사무처장 이모씨는 "현재 부산시지부 회장이 공석이기 때문에 부산시지부 사무차장이라는 직함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노인환씨는 과거 민주당 부산시 남구지구당 청년부장이었다"면서 "연청에 입회원서를 낸 것도 경선이 시작되기 직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청 중앙회 관계자는 "시도지부 간부의 경우 중앙에서 임명장을 보내는데 노인환이라는 사람은 임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인제 '음모론' 재점화하며 청와대 정조준**
이인제 후보 측은 음모론을 재점화하면서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나서 이후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윤수 언론특보는 문 의원의 발언이 "김대중 대통령의 친위조직이자 장남 김홍일 의원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연청이 경선에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면서 청와대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아는 바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며 "김 대통령은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이후 정치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음을 상기시키고자 한다"고 반박했다.
연청 측도 "연청은 김대중 대통령의 사상가로서의 측면을 이어받으려는 조직이긴 하지만 청와대와 연결된 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연청은 지난 1980년 시작돼 현재는 전국에 18개 시도지부가 있는 민주당의 공식조직이다. 그간 문희상 정균환 김충조 김옥두 남궁진 정세균 김덕배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배기선 의원이 회장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창립부터 지금까지 명예고문을 맡고 있으며, 김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 역시 창립부터 줄곳 명예회장을 맡아 왔다. 회원수는 연청 측에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이인제 후보 측은 10만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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