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후보는 "나는 중도개혁, 노무현은 급진개혁"이라며 이념 공방에 불을 붙였다. 3월 27일의 일이다.
정동영 후보는 이인제 후보를 겨냥했다. "조각 발언에 사회주의 딱지를 붙이는 것은 해당행위"라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가 "지금 급진세력이 좌파적 정권의 연장을 기도한다"라는 말로 불붙은 이념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그 이후 형국은 점입가경이다.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를 "수구 특권세력"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이부영 후보는 "좌파, 우파를 따지는 이분법적 시대는 지났다"며 이회창 후보를 공격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후보의 최구식 언론특보는 "최병렬 후보가 원조 보수"라며 이 후보의 발언을 "뜬금없다"고 폄하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는 "이 시대는 변화 자체가 유일한 이데올로기"라며 이회창 후보를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박찬종 전의원은 이회창 총재를 찾아가 '반 노무현' 공격수 역할을 자임했다. "노무현 후보의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박 전의원은 또 "이인제 후보는 민주당에 있을 게 아니라 정치적 고향인 한나라당으로 복귀하라"면서 노무현 후보가 찌른 곳을 또 찔렀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 불개입' 선언으로 뒤로 물러나있던 청와대도 전윤철 비서실장을 통해 이회창 후보는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1백5평 빌라에서 살고 아들을 군대 안보내며 손녀를 원정출산하면 우파냐'며 이회창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원조 보수' 자민련은 이회창 후보에게 "우파적 정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의 이념 공방은 여여간, 여야간, 야야간 어지럽게 교차하며 확산되고 있다.
후보마다 말들을 쏟아내고 있으나 이는 실제 내용과 근거 없이 서로에게 '좌파' '수구'라는 극단적인 '딱지' 붙이기에 불과하다.
좌파, 우파가 무엇인지 보수, 수구가 무엇인지 그 의미가 불분명하다.
한나라당은 햇볕정책, 건보재정통합, 의약분업, 고교평준화 등을 좌파적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 이회창 후보가 주장하는 대북포용정책이나 건보재정분리, 병원의 약조제, 고교입시제도는 보수적(또는 우파적) 정책인가. 유권자는 혼란스럽다.
후보들이 상대방에게 출처없는 딱지를 붙이는 이유는 오로지 유권자의 표를 얻기위해서이다.
그럼에도 정책을 두고 좌파, 우파, 보수, 수구라고 하기에는 유권자들에게 분명한 이해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식의 이념 논쟁이 계속된다면 모처럼 정치에 쏠린 유권자의 관심은 또다시 환멸로 바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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