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모’는 나라의 근본과 관계되는 중대 문제라 나라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인지, 남을 모함하는 무고 사건 가운데는 역모가 단연 으뜸입니다.
1394년 3월 판사 장담이 들어와 고했습니다.
“이인길(李仁吉)이란 사람이, 9백여 명이 함께 변란을 꾸미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순군부 만호 조기와 장담에게 지시해 이인길이 어디서 들었는지를 묻게 하니, 이인길은 이웃 사람 김백(金白)에게서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백을 순군부 옥에 가두고 문초했지만 김백은 자백하지 않았습니다. 이인길을 불러 대질하고 나서야 그 일이 거짓이었음을 밝혀내고 모두 놓아 보내도록 지시했습니다.
대간과 형조의 실무 담당자들이 나와 아뢰었습니다.
“지금 순군부 옥에 갇힌 사람은 중대 사건에 관계된 문제입니다. 신들이 문초하기를 청합니다.”
임금이 말했습니다.
“내가 이미 그것이 거짓임을 자세히 알았는데, 다시 문초할 필요가 어디 있는가?”
1395년 6월 전 낭장(郎將) 김영수(金永守)를 참형에 처했습니다.
김영수는 서북면 도순무사(都巡撫使) 최윤지(崔允祉)를 해치려고 익명서(匿名書)를 도순문사 안경량에게 보내, 최윤지 부자가 분수에 넘치는 야망을 품고 반역을 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경량이 김영수를 잡아 수갑을 채워서 올려보냈습니다. 임금이 순군부 옥에 가두어 국문하게 했습니다. 최윤지를 불러 진술 내용을 말하니, 최윤지가 두려워하며 대질해 밝히기를 청했습니다.
임금이 말했습니다.
“경은 과인에게 의리로는 군신이나 은혜로는 부자와 같은데, 비록 모함하는 자가 있다 한들 어찌 의심하겠는가?”
그러고는 담당 부서를 시켜 김영수의 사지(四肢)를 찢어 각 도에 돌려 보이게 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이중실(李中實)이 그의 종 송산(松山)의 처를 범하자 송산은 이중실이 역모를 꾀한다고 무고했습니다. 실상을 조사한 뒤 송산을 참형에 처했습니다.
1398년 4월 전 산원 김귀생(金貴生)이 익명서(匿名書)를 만들어 전 현령(縣令) 이적(李迪)이 반란을 꾀한다고 무고했습니다. 일이 발각돼 사지(四肢)를 찢어 조리돌렸습니다.
앞서 김귀생이 이적과 노비 문제로 다투어 사이가 벌어졌는데, 도당에서 익명서를 보고 이적을 신문했습니다.
“너하고 원수진 자가 누구냐?”
이적이 말했습니다.
“김귀생밖에 없습니다.”
도당에서 곧 사람을 시켜 김귀생을 체포하고 그 집을 수색했더니, 과연 익명서 초고가 나왔습니다.
1399년 8월 박원길(朴元吉)의 아내 변(卞)씨를 주살했습니다.
변씨는 죽은 남편 박충언(朴冲彦)의 종 포대(包大), 사안(沙顔)과 사통(私通)했는데, 이때에 박원길에게 다시 시집갔습니다. 박원길이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변씨가 두려워 동생 변계량(卞季良)에게 말했습니다.
“내 남편의 성질이 포악해 함께 해로(偕老)하기가 어렵구나.”
변계량이 대답하지 않으니, 변씨는 변계량을 미워해 포대와 함께 모의를 했습니다. 이방원의 집 심부름꾼 김귀천(金貴千)과 결탁해 양자(養子)로 삼고 노비 4명을 준 뒤, 포대로 하여금 김귀천을 통해 이방원에게 고하게 했습니다.
“내가 박원길에게로 시집가기 전인 올 정월에 이양몽(李養蒙)이 그의 형 이양중(李養中)에게 나를 중매하며 ‘내가 일찍이 재주 있는 사람 몇백 명을 거느리고 있고 우리 주장(主將) 의안공도 휘하에 군사 몇천 명이 있으니, 어느 날 난을 일으키면 어찌 대장군이 되지 않겠는가?’ 했습니다. 박원길에게 시집간 뒤 그 얘기를 했더니 박원길도 어느 날 의안공을 뵈었는데 공이 ‘나의 기상(氣象)이 어떠하냐? 내가 대위(大位)를 얻는다 해도 무엇이 어렵겠느냐?’고 말했다 했습니다. 지금 박원길과 변계량이 이양몽, 이양중 등과 더불어 몰래 난을 일으킬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일이 곧 터질 것이니, 빨리 치소서.”
이방원이 임금에게 보고하니 공 후들과 절제사들이 함께 대궐에 모여 대장군 심귀령으로 하여금 박원길을 잡아 국문케 했습니다. 박원길은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변씨는 도망쳤으나 청원후 심종이 잡아 포대와 함께 가두었습니다. 박원길, 이양몽과 함께 심문하니, 변씨가 말했습니다.
“이양몽은 의안공 휘하의 패두(牌頭)인데, 내 남편과 함께 의안공을 세우려고 모의해 장차 거사를 일으키려 했습니다.”
이화 부자가 듣고 두려워 떨며 통곡했습니다. 박원길과 사안은 모두 곤장을 맞고 병들어 죽었습니다. 이양몽 등을 국문했으나 모두 증거가 없었습니다. 포대가 말했습니다.
“우리 형제가 주인 마님과 사통했는데, 박원길이 그 일을 알아냈기 때문에 거짓말을 꾸며 사지(死地)에 빠뜨리고자 한 것이지 사실은 그런 일이 없습니다.”
이에 이양몽 등은 모두 풀어주고, 변씨와 포대는 참형에 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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