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신영복 고전강독 <80ㆍ제1부 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신영복 고전강독 <80ㆍ제1부 끝>

제7강 맹자(孟子)-8

맹자에 관하여 여러분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일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 알고 있지요? 유향(劉向)의 '열녀전' <모의편(母儀篇)>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들의 교육을 위하여 세 번이나 이사를 하였다는 고사입니다. 그 고사의 진짜 주인공이 맹모(孟母)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교훈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하여 맹모로 만들었지 않았나 짐작됩니다. 당사자가 맹모였다면 대단한 현모(賢母)는 아니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맹모는 아들이 주변에서 본대로 흉내를 내자 아들의 교육을 위하여 이사를 갑니다. 처음에 아마 시장(市場)이었던가요? 그리고 묘지(墓地)부근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당(書堂)옆으로 이사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쨌든 3번씩이나 이사한 다음에야 깨닫다니 현명한 여자라 하기 어렵지요.

나는 맹모보다는 한석봉(韓石峰)의 어머니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자식을 지도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맹모처럼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몸소 보여줌으로써 그 자식이 그것을 모범으로 삼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인간적이라는 것이지요.

가난한 떡장수였던 한석봉의 어머니는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불을 끈 캄캄한 방에서 두 사람이 서로 견주게 됩니다. 어머니는 떡을 썰고 석봉은 글씨를 쓰지요. 그리고 다시 불을 켜고 확인합니다. 어머니가 썬 떡은 가지런하지만 석봉의 글씨는 비뚤어지고 크기도 제각각이었습니다.

한석봉은 어머님의 솜씨에 비교하여 볼 때 자기의 글씨가 아직 멀었다는 것을 충격적으로 깨닫는 것이지요.

물론 이 게임은 공정한 게임은 아닙니다. 나도 붓글씨를 쓰기 때문에 알 수 있습니다만 캄캄한 어둠 속에서 떡은 손으로 만져보면서 썰 수가 있지만 글씨는 만져보고 쓸 수가 없지요.

그렇긴 하지만 석봉의 어머님은 매우 훌륭한 교육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기는 하지 않고 시키기만 하는 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환경만을 만들어주는 맹모에 비하여도 훨씬 뛰어난 어머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직접 자신의 일면을 자식에게 보여주는 것은 그 교육적 효과에 있어서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모범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맹자의 극히 일부분만을 여러분과 함께 읽었습니다만 우리는 맹자의 사회주의(社會主義)와 민본주의(民本主義)를 통하여 오늘의 사회적 현실을 조명하여야 할 것입니다.

맹자는 그 사상이 우원(迂遠)하였기 때문에 당시의 패자들에게 수용(收容)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급진적이었기 때문에 수용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맹자의 민본사상은 당시의 패권을 추구하는 군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적인 사상이었습니다.

아마 제선왕(齊宣王)이었지요? "신하가 임금을 시해(弑害)하는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맹자는 참으로 명쾌하고도 단호하게 답변하여 군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습니다.

"인(仁)을 짓밟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짓밟는 자를 잔(殘)이라 합니다. 잔적(殘賊)한 자는 일개 사내(一夫)에 불과할 뿐입니다. 주(周)의 무왕(武王)이 일개 사내일 뿐인 주(紂)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으나 임금을 시해하였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이처럼 단호한 사회정치적 사상을 준열하게 설파하고 있으면서도 자기를 돌이켜보고 그 품성을 곧게 간추리기에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로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라는 노래가 있다. 공자께서 이 노래를 들으시고 '자네들 저 노래를 들어보게. 물이 맑을 때는 갓끈을 씻지만 물이 흐리면 발을 씻게 되는 것이다. 물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라고 하셨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모름지기 스스로를 모욕한 연후에 남이 자기를 모욕하는 법이며, 한 집안의 경우도 반드시 스스로를 파멸한 연후에 남들이 파멸시키는 법이며, 한 나라도 반드시 스스로를 짓밟은 연후에 다른 나라가 짓밟는 것이다. 서경(書經) 태갑(太甲) 편에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은 피할 길이 없구나.'라고 한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離婁 上)

<알림>
제1부(시경,서경,초사,주역,논어,맹자)는 80회로 마치고,
제2부(노자,장자,순자,한비자,묵자,중국불교,송대 신유학)는 4월부터 시작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