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렵 말 실수로 관원들이 처벌받는 일이 연거푸 터졌습니다.
첫 번째는 왕실을 건드린 것.
공조 전서 유한우가 동북면에 갔다가 돌아와 사헌부 잡단 전시의 집에 들렀습니다. 전시가 동북면은 어떠냐고 물으니, 유한우가 대답했습니다.
"순릉(純陵)을 이장(移葬)하는데 돌로 만든 양, 호랑이와 석실 난간이 매우 사치하고 화려했소."
"임금의 능이라면 모르지만, 순릉이 그런 것은 너무 지나치지 않습니까?"
"경안백(敬安伯)의 능도 마찬가지요."
"순릉도 옳지 못한데, 하물며 경안백의 무덤이 어찌 왕릉과 같을 수 있겠습니까?"
유한우가 또 선원전 세운 일을 말하니, 전시가 말했습니다.
"장생전이 이미 만들어졌으니 선원전은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전서(典書)께서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유한우가 전시의 말을 아뢰니, 임금이 화가 나 전시를 고문하게 하고, 또 함께 얘기한 사람을 국문케 했습니다. 전시는 자신의 생각으로 유한우에게 물었을 뿐이고 함께 얘기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가 무거운 형벌을 가하자 황희와 박수기(朴竪基)를 끌어댔고, 다시 물으니 자신의 장인 유원정과 숙부 전유(田宥), 그리고 조화(趙和), 신효창, 윤신달 등 10여 명을 입에 올렸습니다.
임금이 말했습니다.
"전시는 언관(言官)이니, 폐단이 있으면 직무상 마땅히 아뢰어 청해야 하는데도 일찍이 한마디 말도 없다가 잡인(雜人)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비방했으니, 이보다 큰 죄가 있겠는가? 그러나 우선 용서해 지방으로 귀양만 보낸다. 박수기, 황희는 직책이 언관이면서 직책에 충실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나라 일을 의논했으니 모두 지방으로 내쫓아야겠다."
전시는 갑주(甲州)로 귀양보내고, 박수기와 황희는 두만강 부근인 경성(鏡城)과 경원(慶源) 교수관(敎授官)으로 각각 좌천시켰습니다. 유원정은 개국공신이며 윤신달은 원종공신이어서 모두 논죄하지 말게 하고, 나머지 사람은 모두 죄를 면하게 했습니다.
두 번째는 좌정승 조준과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감찰 김부(金扶)가 황보전(皇甫琠)고 함께 신임 감찰 김중성(金仲誠)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가다가 조준의 집을 지나면서 말했습니다.
"집은 커다랗게 지었다만, 어찌 오래 거처할 수 있겠는가? 나중에 틀림없이 남의 차지가 될 것이다."
황보전이 이 말을 듣고 주부 이양수(李養修)에게 얘기했고, 이양수는 전 시승(寺丞) 김분에게 말했습니다. 김분은 조준의 문인이어서 조준에게 알리니, 조준이 임금에게 아뢰었습니다. 임금이 화가 나 말했습니다.
"조준은 개국 원훈으로 나라와 더불어 기쁨과 걱정을 같이하는데, 김부가 조준을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한 것은 조선 사직이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한 것이다."
빨리 김부를 극형에 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조준에게 김부를 살려주도록 임금께 청하라고 권했지만 조준은 머뭇거리면서 즉시 대궐에 나아가지 않았고, 그러다가 김부가 처형당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조준이 즉시 대궐에 나아가 살려주도록 청하지 않았다며 조준을 박정하다고 했습니다.
결국 김부는 참형을 당했고, 사실대로 조정에 알리지 않은 황보전과 이양수는 각기 등급에 따라 곤장과 볼기를 맞았습니다. 김부와 함께 술을 마신 감찰 18명도 파면됐습니다.
임금이 도승지 이문화에게 일렀습니다.
"지난번 전시가 불온한 말을 했을 때는 틀림없이 앞장서 주장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지만, 내가 사건을 조사하는 관원이 밝지 않은 것을 꺼려 모두 용서했다. 지금 김부가 다시 불온한 말을 한 것을 김분이 알렸으니 관직으로 상을 주어야겠다."
종5품 전 시승 김분은 정4품 성균관 악정(樂正)에 임명됐다가 10여 일 뒤 다시 예조 의랑으로 옮겼습니다.
앞서 남은과 정도전은 함께 몰래 요동을 공격하자는 의논을 했는데, 남은은 임금에게 조준과 김사형이 늘 딴지를 걸고 있다고 가만히 말했습니다.
마침 전시가 능실 문제로 체포되고 진술이 두 정승 관련 인물인 유원정, 조화, 신효창에게 미쳤습니다. 유원정은 조준과 서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고, 조화는 그의 조카이며, 신효창은 김사형의 처가붙이였습니다.
남은은 전시를 국문해 그들을 옭아넣으려 했으나, 전시는 정승들은 끌어들이지 않았습니다. 임금은 남은을 평소 가까이하고 믿었기 때문에 처벌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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