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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과 놀다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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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과 놀다 <54>

陣圖 훈련에 튄 불똥

1398년 들어 진도(陣圖) 훈련이 강화됐습니다. 중앙에서는 이해 윤5월에 양주(楊州) 목장에서 연 이틀 진도를 훈련했습니다.

앞서 중국에 보낸 글에 이상한 글자가 있다며 정도전이 연루됐다는 진술이 나왔으니 입조(入朝)하라는 명령이 내렸으나 정도전은 병을 핑계로 가지 않았는데, 장차 죄를 묻는 일이 있을까 두려워 임금에게 계책을 올렸습니다.

"군사들이 병법을 모르면 안 됩니다."

그러고는 '진도'를 지어 올리고 각 도의 절제사 및 군사들과 약속을 정해 갑자기 연습하게 하고 군사를 매질하니, 원망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6월에는 내시 박영문(朴英文)을 전라도와 경상도에 보내 진도 강습을 잘하는가 못하는가 점검해 살피도록 했습니다. 한 달 뒤 박영문이 와서 아뢰었습니다.

"각 진이 모두 진도를 익히지 못하고 있는데, 나주진(羅州鎭)만이 조금 익히고 있습니다."

임금이 화가 나 즉시 각 진의 훈도관(訓導官)을 가두도록 지시하고, 또 각 진 첨절제사의 익히지 못한 죄를 따져 처벌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라도와 경상도의 각 진에 사람을 보내 진도에 통달하지 않은 첨절제사들을 매질하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사헌부에 지시해 왕자들과 의성군 남은, 문하부 참찬 이무, 그리고 여러 상장군, 대장군들이 진도를 익히지 않는 까닭을 추궁하도록 했습니다. 사헌부에서는 교지(敎旨)를 받들어 진도를 익히지 않은 삼군부 절제사와 상장군, 대장군, 군관 등 2백92명을 탄핵했습니다.

또 각 도의 진도를 가르치는 사람에게 각기 곤장 1백 대를 치게 하고, 진도에 통달한 사람 다섯 명을 뽑아 각 도에 나누어 보냈습니다. 서울에서 호위하는 군관 가운데는 진도를 익히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대사헌 성석용 등이 건의했습니다.

"전하께서 무신(武臣)들에게 진도를 강습하도록 명령한 지 몇 해가 되었는데도 절제사 이하 각급 지휘관들이 스스로 강습하지 않으니 직책을 게을리하는 것입니다. 2품 이상은 파직하고, 전직 관리는 직급에 따라 직첩을 거두되 1등급씩 내리며, 5품 이하 관원은 볼기를 쳐 뒷사람을 경계하소서."

임금이 말했습니다.

"절제사 남은, 이지란, 장사길 등은 개국공신이고, 이천우는 지금 내갑사(內甲士) 제조(提調)이며, 의안백 이화, 회안군 이방간, 익안군 이방의, 무안군 이방번, 영안군(寧安君) 이양우, 영안군(永安君) 이방과, 순녕군 이지, 흥안군 이제, 정안군 이방원은 왕실의 지친(至親)이고, 유만수, 정신의 등은 원종공신이므로 모두 죄를 논의할 수 없으니 그 휘하 사람을 모두 각기 볼기 50대씩 치라. 이무는 파직시키며, 지방 여러 진의 절제사로서 진도를 익히지 않는 사람은 모두 곤장을 치게 하라."

앞서 정도전과 남은이 날마다 임금을 뵙고 요동 공격을 권했기 때문에 이렇게 급히 진도를 익히게 한 것입니다.

이보다 앞서 정도전과 남은이 병으로 휴가중인 좌정승 조준의 집에 가서 말했습니다.

"요동을 공격하는 문제는 이미 결정이 났으니 공(公)은 다시 말하지 마십시오."

조준이 말했습니다.

"내가 개국 원훈의 반열에 있는데 어찌 전하를 저버리겠소? 전하께서 왕위에 오른 후 도읍을 옮기고 궁궐을 창건하니, 백성이 토목 공사에 시달려 인애(仁愛)의 은혜를 받지 못하고 원망이 극도에 이르며 양식도 넉넉지 못합니다. 어찌 원망하는 백성을 거느리고 가서 일을 성취할 수 있겠소?"

그러면서 정도전에게 말했습니다.

"만일 내가 각하와 더불어 각 도의 백성을 거느리고 정벌에 나선다면, 그들이 우리를 못마땅해한 지가 오래인데 어찌 기꺼이 명령에 따르겠소? 나는 요동에 도착하기도 전에 자신이 망하고 나라가 패망하는 일이 닥칠까 염려됩니다. 병세가 한창 심해 일어날 수 없으니, 원컨대 여러분들이 내 말을 임금께 복명해주시오. 병이 나으면 내가 직접 아뢰겠소."

그 후에 조준이 힘써 간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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