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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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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75>

제7강 맹자(孟子)-3

맹자의 문장은 길어서 원문을 많이 다룰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맹자'는 한문학의 교범(敎範)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맹자'의 내용을 가능하면 많이 소개하려고 합니다. 여민락 장에 이어서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百步)의 원전이 되고 있는 다음 장을 읽어보기로 하지요.

양혜왕은 자기의 치적을 자랑하였습니다. 흉년이 들면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서 일하게 하고 곡식을 풀어서 먹여 살리는 등 백성들을 보살폈는데도 그렇지 않은 이웃 나라의 백성들의 수가 줄지도 않고 자기 나라의 백성이 늘지도 않는 까닭을 맹자에게 물었지요.

맹자의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왕께서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전쟁을 할 때, 진격을 명하는 북소리가 울리고 칼날이 부딪치면 갑옷을 벗어 던지고 무기를 끌면서 달아나는 자가 나오게 마련입니다. 백보(百步)를 달아나 멈춘 자도 있고, 오십보(五十步)를 달아나서 멈춘 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십보를 달아난 자가 백보를 달아난 자를 보고 겁쟁이라 비웃는다면 어떻습니까?"

왕이 대답했습니다.
"안되지요. 백보는 아니지만 그 역시 달아나기는 마찬가지지요."

맹자가 말했습니다.
"왕께서 그러한 이치를 아신다면 왕의 백성들이 이웃나라 백성들보다 더 많아지기를 바라서는 안 됩니다. (전쟁으로 인하여) 농사철을 놓치지 않으면 곡식은 먹고도 남음이 있으며, 촘촘한 그물로 치어(稚魚)까지 잡아버리지 않는다면 물고기는 먹고도 남을 만큼 많아질 것입니다.

(봄여름 같이) 초목이 자라는 시기에 벌목을 삼가 한다면 목재는 쓰고도 남음이 있을 것입니다. 곡식과 물고기와 목재가 여유 있으면 백성들은 산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지내기에 아무런 유감이 없을 것입니다.

산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지내는 데에 유감이 없게 하는 것 이것이 곧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시작입니다. 다섯 묘(五畝) 넓이의 집에 뽕나무를 심어 누에를 친다면 쉰 살이 넘은 노인들이 따뜻한 비단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닭 돼지 개 등의 가축을 기르게 하여 (새끼나 새끼 밴 어미를 잡아먹지 못하게 하여) 그 때를 잃지 않게 한다면 일흔이 넘은 노인들이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한 집마다 논밭 백 묘(畝)씩 나누어주고 (전쟁 등으로) 농사철을 빼앗지 않는다면 한 가족 몇 식구가 굶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마을마다 학교를 세워 교육을 엄격히 하고 효도와 공경의 도리로서 백성을 가르치고 이끌어준다면 (젊은 사람들이 물건을 대신 들어주기 때문에) 반백이 된 노인들이 물건을 등에 지거나 머리에 이고 다니는 일은 없게 될 것입니다.

노인들이 따뜻한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일반백성들이 굶주리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게 하고서도 천하의 왕이 될 수 없었던 자는 지금까지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풍년이 들어 곡식이 흔한 해에는 개나 돼지가 사람들의 양식을 먹고 있는데도 나라에서는 이를 거두어 저장할 줄 모르고, 흉년에 굶어죽은 시체가 길거리에 뒹굴고 있어도 곡식창고를 열어 백성들을 구휼(救恤)할 줄 모릅니다.

사람들이 죽어 가는 것을 보고서도 '이것은 내 탓이 아니라 흉년 탓이다.'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고, '이는 내가 죽인 것이 아니라 이 칼이 죽인 것이다.'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만약 왕께서 죄를 흉년 탓으로 돌리지 않으신다면, 천하의 모든 백성들은 왕에게로 귀의해 올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읽어보도록 하지요. 어떻습니까? 우선 맹자의 논리전개 방식이 어떻습니까? 그리고 그 비유의 적절함이 어떠합니까?

문장의 간결함, 흐름의 유려함, 대비의 명쾌함, 그리고 한문 특유의 농축미(濃縮美)가 서로 어울려 이루어내는 격조(格調)를 나로서는 약여(躍如)하게 살려낼 방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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