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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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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64>

제6강 논어(論語)-23

子曰 寗武子 邦有道則知 邦無道則愚 其知可及也 其愚不可及也 (公冶長)

이 구절을 소개하는 것은 어리석음, 즉 우(愚)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영무자(寗武子)는 위(衛)나라의 대부라고 합니다. 공자는 영무자의 예를 들어 지(知)와 우(愚)에 대하여 생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학이란 지식의 전당입니다. 지(知)를 가르치고 배우는 곳입니다. 더구나 정보화 사회로 규정되는 현재의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논어의 이 구절은 그것을 다시 한번 반성하게 한다는 데에 재조명의 의미가 있습니다.

공자가 영무자의 예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비교적 분명한 것입니다.

“영무자는 나라에 도(道)가 있으면 지혜로웠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어리석었다. 그 지혜로움은 (많은 사람들이) 따를 수 있지만 그 어리석음은 (감히) 따를 수 없다.”

여기서 방유도(邦有道)는 정치가 올바른 나라, 방무도(邦無道)는 정치가 그른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급(可及)은 따를 수 있다. 불가급(不可及)은 따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불가급이란 것은 쉽게 흉내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우(愚)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사람이란 지혜롭기보다는 어리석기가, 즉 지혜를 드러내기보다는 그것을 숨기고 어리석은 척 하기가 더 어렵다는 뜻입니다.

논어에는 유도(有道)와 무도(無道)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하여 여러가지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살지 않는다.(危邦不入 亂邦不居)

천하에 도가 있으면 자신을 드러내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숨는다.(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

나라에 도가 있으면 빈천(貧賤)이 수치요, 나라에 도가 없으면 부귀(富貴)가 수치이다.
(邦有道 貧且賤焉恥也 邦無道 富且貴焉恥也) <泰伯>

사어는 나라에 도가 있을 때도 곧기가 화살 같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도 곧기가 화살 같았다.(史魚 邦有道 如矢 邦無道 如矢)

거백옥은 나라에 도가 있으면 벼슬에 나아가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자신의 재능을 말아서 품에 감추었다.(遽伯玉 邦有道則仕 邦無道 則可卷而懷之)<衛靈公>

대체로 나라에 도가 없으면 벼슬하지 않고, 슬기를 드러내지 않으며, 재능을 감추고 물러나 몸을 숨기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사어(史魚)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도(道)의 유무(有無)를 불문하고 대쪽같이 처세한 것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영무자의 경우에도 원주(原註)에는 무자(武子)는 위나라 대부(大夫)로서 이름이 유(兪)이며 문공(文公)과 성공(成公) 때에 벼슬하였는데 성공(成公)이 도가 없어 나라를 잃음에 이르자 그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어렵고 험한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쓰고 있습니다. 원주에서는 우(愚)를 사어(史魚)의 시(矢)와 같은 뜻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지(知)보다는 우(愚)가 어려운 덕목으로 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은 지(知)는 무지(無知)를 깨달을 때 진정한 지(知)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愚)야말로 최고의 지(知)라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 하나를 소개하고 마칩니다.

“세상에는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2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에 자신을 잘 맞추는 사람이며 어리석은 사람은 참으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나은 것으로 바꾸어간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에 지혜롭게 영합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세상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 법이지요. 그나마 조금씩 바뀌어 나가는 것은 세상을 우리에게 맞추려는 우직한 노력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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