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현준, 이용호 게이트를 시작으로 진승현, 윤태식 게이트까지 ‘4대 게이트’로 일부 벤처기업의 고속성장 이면에 숨겨진 각종 비리가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벤처기업 윤리와 투명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반부패국민연대(회장 김성수)가 주요 일간지 및 경제지의 증권업협회 출입기자단 17명과 증권사 직원 42명 등 총 5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한달간 직접 방문 조사한 ‘벤처기업 윤리와 투명성 조사’ 결과를 지난 11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윤리 및 투명성은 10점 만점에 4.5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부패국민연대 성은미 정책부장은 “이번 조사는 표본이 크지 않지만 벤처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문가들을 조사대상으로 삼은 만큼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성 부장은 "최근 잇따른 벤처기업 관련 비리 사건은 이들 기업의 윤리성, 투명성 부족에 기인한다”며 “정부의 벤처기업육성책 등으로 벤처기업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윤리강령 등 윤리성,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모두 15개 문항으로 구성된 이번조사에서 10점 만점에 6점 이상을 받은 항목은 2개에 불과했으며 대부분 2-5점대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문항별 점수는 매우 그렇다(10점) 그렇다(7.5) 보통이다(5.0) 그렇지 않다(2.5) 매우 그렇지 않다(0) 등 항목별 만족도를 종합해 산출했다.
***71.4%, “기업관련 허위사실 유포”**
먼저 경영공시 등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제공하는 벤처기업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66.1%가 ‘그렇다’, 15.3%가 ‘매우 그렇다’고 답한 반면 ‘그렇지 않다’ 또는 ‘매우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경우는 6.8%에 그쳤다.
벤처기업이 대기업보다 윤리적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52.6%의 응답자가 ‘그렇지 않다’와 ‘매우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인 응답을 했으며 긍정적인 응답은 10.2%에 불과했다.
불법적인 정치자금 및 기부금을 제공하는 벤처기업이 많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43.1%가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응답자의 51.7%가 '벤처기업의 자금조달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 60.3%가 ‘투자된 자금이 회사발전을 위한 공적 용도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 48.2%가 ‘벤처기업 중 경쟁사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약점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 39.6%가 ‘벤처기업이 주주의 자산 가치를 보호, 증가시키기 보다는 주가조작 등으로 불공정한 행위를 한다’ ▲ 60.3%가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책에 거품이 많다’고 응답했다.
이 밖에 응답자의 66.1%가 벤처기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윤리강령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성은미 부장은 “일부 벤처기업의 부패로 정당한 기술력을 가진 벤처기업들이 투자자 및 자금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벤처기업 투명성 확보를 위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 부장은 “벤처기업 자금 조달에 있어 연줄에 따른 청탁이나 압력, 뇌물이나 향응 등 불법적인 요소들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공직사회의 책임성 제고 ▲ 시민단체의 감시와 견제 활성화 ▲ 벤처기업들의 기업 윤리강령 제정이나 준수를 위한 준법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반부패 국민연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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