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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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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55>

제6강 논어(論語)-14

子夏問曰 巧笑倩兮 美目盼兮 素以爲絢兮 何謂也
子曰 繪事後素
曰 禮後乎
子曰 起予者 商也 始可與言詩已矣 -八佾-

반(盼) : 예쁠 반, 검은 자위와 흰자위가 또렷이 구분되는 눈.
천(倩) : 예쁠 천, 보조개 천.
현(絢) : 고울 현, 무늬 현
소(素) : 흴 소, 바탕 소. 사람의 바탕 즉 仁의 의미.

이 구절의 전체적인 의미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지만 다만 회사후소(繪事後素)의 해석에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전체의 의미를 먼저 읽어보기로 하지요.

자하가 시경(衛風의 碩人)의 구절에 대하여 그 뜻을 공자에게 질문했습니다. “‘아리따운 웃음과 예쁜 보조개, 아름다운 눈과 검은 눈동자, 소(素)가 곧 아름다움이로다’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
공자가 대답하였습니다. “그림은 소(素)를 한 다음에 그리는 법이지 않은가.”
자하가 말했다.“ 예를 갖춘 다음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네가(商) 나를 깨우치는구나! 더불어 시를 논할 수 있겠구나.”

이러한 일반적 해석과 달리 회사후소(繪事後素)를 ‘그림을 그린 다음에 흰색으로 마무리하는 법이다’로 해석합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예후호(禮後乎)도 ‘나중에 예로써 마무리를 한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러한 해석상의 차이는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공자와 자하가 나눈 이 대화의 핵심은 미(美)에 관한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소(素)를 먼저 한다, 아니다 나중에 한다고 하는 해석상의 차이는 부차적인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화의 핵심은 이를테면 미의 형식(形式)과 내용(內容)에 관한 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소와 보조개와 검은 눈동자와 같은 미의 외적인 형식보다는 예(禮)가 더 근본적이라는 선언입니다.

그러므로 회사후소(繪事後素)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는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후소를 그림을 그린 다음에 소(素)를 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소이위현(素以爲絢)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도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흰 칠로 마감하여 광채를 낸다’고 해석하여도 상관없습니다. 문법적으로도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어느 경우든 소(素)는 예(禮)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예(禮)가 요구되는 시점이 어느 때인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바탕칠(下塗)을 한 다음에 그림을 그리든 또는 그림을 그리고 난 후에 흰 칠로 마감하여 완성하든 그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경우든 예(禮)가 아름다움의 바탕이라는 의미이거나 아니면 예로서 미를 최종적으로 완성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크게 보아 양자간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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