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대리점협의회와 남양유업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양측이 △피해 보상 기구 공동 설치를 통한 실질적 피해액 산정 및 보상 △불공정 거래 행위 원천 차단 △상생위원회 설치 △대리점 영업권 회복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피해액 산정을 위한 보상 기구는 회사 지명 1인, 협의회 지명 1인, 양 당사자의 대리인이 합의하여 정하는 1인으로 구성해 이날로부터 1개월 내에 구성하기로 했다. 물량 밀어내기 등에 따른 피해 발생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엔 피해 대리점의 평균 매입 물량, 영업 기간, 거래 품목, 거래 지역, 계절적 변동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피해액을 정한다.
불공정 거래 행위는 원천 차단키로 했다. 대리점에 대한 본사의 부당한 거래 거절, 부당한 사업 활동 방해, 구입 강제, 판매 목표 강제, 이익 제공 강요, 일방적 대리점 해임 요구 등의 부당한 경영 간섭 및 하자 제품 공급 행위 등은 모두 이 상생안에 따라 금지된다.
양측은 매분기 1회 이상 협약 이행에 관한 사항과 대리점 권익 신장에 관한 사항 등을 확인하기 위한 상생위원회를 설치한다. 회사가 지명하는 3인, 협의회가 지명하는 3인, 총 6인으로 구성한다. 남양유업 대리점협의회 이창섭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회사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며 "발표된 상생안을 잘 이행하리라 일단 믿겠다. 이행 여부를 준엄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 18일 남양유업과 남양유업 대리점협의회가 협상 타결을 알렸다. 이로써 지난 1월 피해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을 불공정 거래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며 시작된 6개월간의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연합뉴스 |
끝내 나타나지 않은 홍원식 회장
이날 타결 발표 회견에는 양측 대표인 이창섭 대리점협의회 회장과 김웅 대표이사가 참석해 상생안에 동시에 사인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우원식 최고위원 등도 참석해 양측의 상생 노력을 격려했다. 대리점협의회의 6개월에 걸친 지난한 싸움에 버팀목이 됐던 시민·사회단체 인사도 대거 참석했다. 그러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만은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홍원식 회장은 출근을 하지 않는 오너일 뿐"이라며 홍 회장의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경영상 문제에 대한 책임은 회장이 아닌 전문 경영인이 진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남양유업 욕설 파문이 커지자, 가지고 있던 지분을 대량 매각해 비난을 산 바 있다. 당시 홍 회장의 지분 대량 매각은 남양유업 주가 추락을 부른 주요 악재였다는 평이 많았다.
한편, 홍원식 회장이 17일 저녁 대리점협의회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남양유업 대리점협의회 측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이창섭 협의회 회장은 "오늘(18일)까지 홍 회장이 피해 대리점주를 접촉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동주 전국'을'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정책실장 역시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대리점협의회 측은 홍 회장의 전화를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언론 홍보 관계자도 "아는 한도 내에서 홍 회장이 대리점협의회 측을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로써 홍원식 회장은 수많은 대리점주의 생계와 인권을 수렁으로 밀어넣었던 데에 대해, 끝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9일 남양유업이 피해 대리점주가 아니라 국민에게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할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남양유업 사과, '지분 매각' 회장은 불참…"위기 모면용"). 회사가 어려울 때는 신속히 주식을 팔아 이권을 챙기고, 회사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대기업 회장의 모습은 안타깝다.
▲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피해자들이 남양유업 제품들을 쌓아놓고 항의 농성을 벌이던 모습. ⓒ연합뉴스 |
"국민 관심 없었다면 슬픔에 빠졌을 것…감사하다"
한편, 대리점협의회는 이날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남양유업의 모든 임직원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키로 했다. 전국편의점협의회 등이 주도한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 운동도 이날로 막을 내린다.
이창섭 회장은 이날 긴 시간을 할애해 협상 타결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우리의 처지를 회사가 알아주게 하기 위해 긴 시간 싸워왔다"며 "그동안 우리 가족은 생계를 잃어야 했고, 일부는 이혼을 했으며, 또 누군가는 신용 불량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민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민주당의 관심과 노력이 없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빠졌을 것"이라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프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문제는 남양유업 대리점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통받은 수많은 서민의 문제"라며 "그런 서민이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뜻도 전했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과거의 잘못된 모습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모범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매출 하락으로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회사를 도와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발표된 상생안에 대해 "항목 하나하나에 많은 사람의 땀이 서려 있다"며 "앞으로 다른 곳에서도 만들어질 상생안에 이번 남양유업 상생안은 하나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