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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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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52>

제6강 논어(論語)-11

전문화는 아래층에서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차를 전문적으로 모는 사람, 바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 배를 전문적으로 젓는 사람 등 전문성은 대체로 노예신분에게 요구되는 것이었습니다.

귀족은 전문가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면 군자는 하나의 기능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육예(六藝)를 두루 익혀야 하는 것입니다. 예악사어서수(禮樂射御書數)를 모두 익혀야 하였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족들은 시도 읊고 말도 타고 활도 쏘고 창칼도 다루었습니다. 오늘날 요구되고 있는 전문성은 오로지 노동생산성과 관련된 자본의 논리입니다. 결코 인간적 논리는 아닙니다.

소로우가 ‘월든’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중에서 아주 감명 깊은 구절이 있습니다. 노동자의 비극은 발전할 수 없음에서 오는 것이며 그것은 ‘같은 것’ ‘아는 것’만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기를 강요받는 것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공자가 말한 군자불기(君子不器)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것이 보편주의적 가치이든 그렇지 않든 일단은 귀족들만의 특권적 품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공자에게 있어서 군자와 소인의 구별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라는 계급적 신분적 구분이 아닙니다. 군자-소인의 구분은 윤리적 기준으로 나누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군자불기(君子不器)의 명제는 공자의 인간학과 관계되는 것이며 나아가 동양학의 인간학과도 직결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론에서 이야기하였습니다만 동양학에서 최고의 가치는 ‘인성(人性)의 고양(高揚)’입니다. 당연히 인간을 최고의 위상에 두려는 동양학의 인문주의(人文主義)입니다. 비종교적이며 인문주의적 가치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 즉 인간적 논리는 경쟁과 효율성과 속도의 논리에 밀려나고 있습니다. 자본의 논리가 석권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보편적 상황입니다. 따라서 논어의 이 구절은 신자유주의적 자본논리의 비인간적 성격을 드러내는 구절로서 읽혀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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