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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공무원도 노동자다”

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 부패 척결의 지름길

지난 4일 보라매공원에서는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 조끼’를 맞춰 입은 수천의 인파를 볼 수 있었다. 대형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민중가요에 맞춰 연신 팔시위를 하는 모습, 그리고 가두행진. 스스로 정체를 밝히지 않았더라면 누가 이들을 공무원이라고 생각했을까?

공무원노조 설립 여부가 우리사회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면서 보라매공원에서 벌어진 ‘낯선’ 파문의 진원지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의 차봉천 위원장을 만나 봤다. 시기상조론, 법외노조 불사론, 직장협의회 고수론 등 노조 설립을 둘러싼 갑론을박의 내막을 가늠하고 변화하는 공직사회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노동기본권 보장받아야**

노조를 준비하는 단체 사무실이 국회의원회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일단 예사로운 느낌은 아니었다. 국회 정문에서 한번, 의원회관 안내실에서 또 한번. 철두철미한 신분확인(?)을 마친 후 만난 차 위원장은 그러나 평범한 중년의 공무원이었다. 난(蘭) 가꾸기와 서예를 즐긴다는 말에서도 과격한(?)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인터뷰의 취지를 설명하자 대뜸 언론부터 성토했다. “그동안 많은 언론들이 취재 내용을 각색, 전공련을 왜곡하고 ‘차봉천 죽이기’에 앞장섰다”며 “언론이 스스로 앞장서 ‘노조활동 하는 사람들은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으로 매도했다”는 것이다.

또 “노조활동은 개별적으로는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것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사회 발전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노조에 관한 일반론을 애써 강조하는 모습에서 그동안 공무원 노조를 보는 사회적 시선이 결코 일반적이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그는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은 천부의 권리이고 공무원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공무원이 노동자라는 개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이라는 특수성을 내세워 노동 3권에 제약을 가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과거 전교조가 ‘교사가 노동자냐’라는 특수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넘어야 했던 경험과도 유사한 대목이다.

***노조 결성은 흥정의 문제가 아니다**

세부적인 각론에 앞서 차 위원장은 수십년간 누적된 공직사회의 권위주의적 관행을 먼저 꼬집었다. “민주화가 진척되면서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부조리는 많이 개선됐으며 이는 군사정권 시절에 비하면 엄청난 진전이다.” 그런데 “유독 공직사회는 20~30년 전과 다름없이 독재 문화가 지배하고 있어 소수 고위관료들에 의해 정책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고위 공무원의 독단적 관행을 질타했다.

또 서울시 공무원의 92%를 차지하는 6급 이하 공무원들을 예로 들면서 “하위직 공무원들은 복종의 의무만 있었지 어떠한 정책과 의사결정에도 참여의 길이 없었다”며 하위직 공무원들의 소외를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어느 장관, 어느 관료건 먹었다하면 수십억 아니냐”며 “권력형 부조리 등 고위 공무원들의 비리가 우리사회에 만연한 것에는 적절한 견제장치가 없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이는 공무원노조 설립의 당위성이기도 하다. “상명하복의 관행으로 인해 터무니없는 지시에도 따를 수밖에 없던 공무원 사회의 민주화를 이루고 부패를 척결하려면 노조 설립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포괄하는 직급 범위에 대해서는 개방적인 입장을 취했다. “6급 이하로 규정된 직장협의회가 지금까지 이어져왔으나 노조가 설립되면 공무원 신분의 모든 사람을 포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조 설립에 있어 사용자를 누구로 규정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융통성을 발휘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원칙적으로는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이 사용자이겠지만, 국민으로부터 공직수행의 권한을 부여받은 고위 공직자들이 사용자의 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고 “같은 급수의 공무원이라도 관리직이냐과 실무직이냐에 따라 합리적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 군인, 소방공무원, 교도관 중에서도 관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노조가입에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행동시 치안과 민원업무의 심각한 마비가 야기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무원 노조 설립에 반대하는 견해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그는 “노조설립으로 인해 기존 권력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논리”라고 이를 반박하고 “직접적인 불편을 일으킬 수 있는 공무원들에게는 파업권을 일부 제한하는 등 합리적이고 융통성 있는 정책 수행”을 강조했다.

공무원노조의 결성 시기를 둘러싼 논의에서도 강경 입장을 취했다. “국제노동기구(ILO) 1백75개 가입국 중에서 우리와 대만에만 공무원노조가 인정되지 않은 상태며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 공약중 하나가 공무원노조 도입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시기상조라는 말은 노조 설립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또 “전공련은 이미 국제공공연맹(PSI)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만큼 정부의 눈치를 볼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노조 결성 문제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결국 정부가 반대입장을 취한다면 법외노조 형태라도 내년 3월로 예정된 노조 출범을 강행하겠다는 얘기다.

***민노총과 적극적 관계 모색**

전공련이라는 조직을 접근하기 위해서는 명칭부터 명확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국공권력피해자연합도 ‘전공련’,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발전연구회는 ‘전공연’, 게다가 최근에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준비위원회(공준위)까지 결성돼 명칭과 내용에 혼란이 많기 때문이다.

얼마전 전국공권력피해자연합측은 전공련에 대해 ‘약칭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을 정도다. 우스갯소리로 이 얘기를 던졌더니 “얼마 있으면(노조가 설립되면) 바뀔 이름인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전공연과의 관계는 미묘하다. 전공련과 전공연의 태동은 지난해 2월 1백32개 직장협의회가 모여 결성한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공직협)라는 동일한 기반에 있다. 노조설립 노선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빚으면서 올해 3월 일부 대표들이 전공연을 탈퇴, 소위 강경파로 분류되는 전공련을 구성한 것이다.

전공연측은 준법투쟁을 고수하며 노조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전공련은 불법집회를 불사하는 선명성으로 부각된다. 전공연의 일부는 지난 8월 공준위를 결성, 또다른 공무원 노조를 준비하고 있다.

전공연과의 관계 해법을 묻자 “한국노총이 ‘자식 다루듯’ 뒤를 봐주는 회장단 모임일 뿐”이라며 확연한 노선차이를 밝혔다. 전공연이 포괄하고 있는 직장협의회에 대해서도 “일반 공무원들이 바라는 조직의 모습을 누가 보여주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전공련은 그동안 노조의 생명인 투쟁성, 자주성, 민주성을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아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출범이 가시화된 공무원노조를 끌어들이기 위한 양대 노총의 세몰이도 향후 노동계 지각변동의 큰 변수로 점쳐져 왔다. 이에 대해 차 위원장은 전공련과 민주노총과의 우호적 관계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막 노조를 만드는 시점에서 민주노총 산하 단체로 포함되느냐 아니냐는 우스운 논의”라면서 “지금 당장은 사업과 활동으로 연대를 해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공무원들의 정서가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생각으로 발전하면 민주노총과의 적극적인 연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직사회 민주화가 사회적 민주화**

두 시간에 걸친 인터뷰 끝자락에 그는 전공련 공무원들의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올해 수행한 세 번의 집회가 거듭될 때마다 참여하는 공무원들의 조직력이 강화되고 노동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성과로 꼽았다.

또 “바람직한 공직사회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전공련의 주장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전체 공무원들로부터 인정받겠다”고 밝혔다. “개별 공무원들의 의사가 정책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공무원 ‘삶의 질’ 향상”이라며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들에게도 “공직사회가 민주화돼야 사회적으로도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며 “공무원 노조는 집단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이해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반부패위원회를 구성, 공직사회 개혁을 스스로 전개하는 한편, 참여연대가 수행하는 반부패법 청원 운동에도 동참할 계획”이라며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 사례를 적발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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