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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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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28>

제5강 주역(周易)-8

***2) 중(中)과 정(正)**

위(位)와 응(應)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지나가려고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몇가지 개념을 더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역의 관계론적 성격을 드러내는데 강의의 초점을 둔다면 설명이 없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먼저 중(中)의 개념에 대하여 이야기합시다. 대성괘(大成卦)를 구성하고 있는 여섯 개의 효 중에서 제2효와 제5효를 ‘중(中)’이라 합니다.

2효와 5효는 각각 하괘와 상괘의 가운데 효입니다. 가운데 효를 중이라고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주역에서는 가운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일 위에 있거나 제일 앞에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경쟁사회의 원리와는 사뭇 다릅니다.

여러분들도 강의시간에 질문하라고 해도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지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거지요. 중간은 무난한 자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아마 “뒤로 돌아 갓”을 할 경우에도 별로 지장이 없습니다. 내내 똑 같은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에는 뒤로 돌아가라는 구령이 떨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지요. 그래서 세파를 많이 겪은 노인들은 모나지 않고 나서지 않고 그저 중간만 가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중간과 가운데를 선호하는 정서는 매우 오래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도 물론 중간을 매우 선호하는 편입니다만 그 선호하는 이유가 무난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내가 중(中)을 선호하는 이유는 앞과 뒤에 많은 사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가 가장 풍부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바둑 5급이 바둑친구가 가장 많은 사람이라고 하지요. 바둑 1급은 비슷한 상대를 만나기가 쉽지 않지요. 중간은 그물코처럼 앞뒤로 많은 관계를 맺고 있는 자리입니다. 그만큼 영향을 많이 받고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선망의 적이 되고 있는 선두(先頭)는 스타의 자리입니다. 최고의 자리이지요. 그 자리는 모든 영광이 머리 위에 쏟아질 것 같이 생각되지만 사실은 매우 힘든 자리입니다.

나는 물론 그런 경험이 없습니다. 경쟁으로 인한 긴장이 가장 첨예하게 걸리는 곳이 선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선두가 전체 국면을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선두는 겨우 자기 한 몸의 간수에 여력이 있을 수 없는 고단(孤單)한 처지(處地)입니다.

그와 반대로 맨 꼴찌는 마음 편한 자리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아마 가장 철학적인 자리인지도 모릅니다. 기를 쓰고 달려가야 할 곳이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내가 무기징역 받고 감옥에서 모든 것 다 내려놓고 헌 옷 입고 햇볕에 앉아 있을 때의 심사(心事)가 무척 편했던 기억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곳이 비록 편안하고 한적한 달관(達觀)의 공간이긴 하지만 그곳은 무엇을 도모하거나 실천하기에는 너무나 왜소한 공간이라고 생각됩니다. 더불어 관계 맺기에 매우 창백한 처소(處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는 아니지만 어쨌든 주역에서는 중간을 매우 좋은 자리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가장 힘있는 자리로 칩니다.

막상 가장 위에 있는 제6효인 상효(上爻)는 실권(實權)에서 물러난 사람에 비유합니다. 그래서 음효가 음의 자리에 양효가 양의 자리에 있는 것을 정(正)이라고 하면서도 가운데 효가 즉 중(中)이 득위하였는가 득위하지 못하였는가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따라서 음(陰)2효와 양(陽)5효는 중(中)이면서 득위(得位)하였기 때문에 이를 중정(中正)이라 합니다.

중정(中正)은 매우 높은 덕목으로 칩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중정(中正)’이란 현판이나 붓글씨를 많이 보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중정(中正)이지만 양5효를 더욱 중요하게 봅니다. 음2효가 하괘를 주도(主導)하는 효임에 비하여 양5효는 괘 전체의 성격을 주도하는 효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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