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졸속 '평화촌 행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졸속 '평화촌 행사'

작가회담외엔 무산

‘2001 평화촌 행사’의 일환으로 추진된 세계작가회담이 지난 27일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개최됐다. 그러나 대규모로 기획됐던 평화촌 캠프 일정이 연기되면서 ‘2001 평화촌 행사’는 관련 단체들만의 자족적인 행사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2001 평화촌 행사’와 세계작가회담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15 민족통일대축전 기간 중 남북 양쪽 문인들이 지난 89년에 시도했다가 무산된 남북 작가회담 재개를 합의하면서부터. 소설가 황석영(민예총 부이사장)씨가 제안한 DMZ 평화축제 제안을 북한 문화예술인총동맹(문예총) 장철 위원장이 수용함으로써 이 행사에 대한 각계의 기대가 모아졌다.

그 후 2001 평화촌행사 조직위원회 측은 ‘경의선이 통과하는 비무장지대(DMZ)에서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과 세계 10여개 분쟁국의 작가, 남북 문화예술인 등 연인원 2만명이 참석하는 ‘2001 평화촌’행사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조직위가 밝힌 당초 계획에 따르면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 데즈먼드 투투 남아공 성공회 대주교 등을 초청하고 남과 북을 비롯, 레바논.팔레스타인.이스라엘.북아일랜드 등 세계 분쟁국 작가들이 참여하는 ‘세계 분쟁지역 작가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이 행사의 주요 골자였다.

그러나 행사를 사흘 앞둔 지난 24일, 조직위측은 "민통선 지역내 경의선 도라산역 광장에서 27일부터 사흘간 행사를 개최키로 했으나 사정상 평화음악회와 어린이 평화학교 등의 행사를 연기한다"며 "세계작가회담만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조직위측이 밝힌 연기 이유는 "최근 국제 정세의 악화와 개최지 부근의 군사시설 보안 미비 등의 이유로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

가장 큰 이유는 9.11사태가 발생한 이후, 국제정세의 악화를 이유로 북한의 참여가 무산되면서 남북 작가회담은 물론 평화촌 행사도 일정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조직위의 서해성씨는 "북한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우리 당국도 민통선 내부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축제를 불허한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촌 ‘촌장’을 하루씩 맡을 예정이었던 국제지뢰금지운동(ICBL) 조디 윌리암스 회장, 일본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 등도 평화촌 행사가 연기되면서 축전을 보내는 것으로 참석을 대신했다.

그러나 북측의 참여 불가와 노벨상을 수상한 세계적 저명인사들의 방문 취소만이 행사가 위축된 원인은 아니다. 조직위에서 주도적으로 결합한 '아이러브경의선'의 홈페이지에는 행사 연기 사실이 하루 전에야 공지됐다.

관계자들은 11월 중순에 비무장지대 내에서의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것도 정부의 승인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동안의 행사 홍보에 비해 실질적인 준비과정이 미흡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예정대로 진행된 세계작가회담도 북측 문화예술인들의 참여가 무산되면서 맥이 빠진 것은 마찬가지. 28일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에서는 ‘화해와 평화’를 주제로 개막 심포지엄이 열렸으나 조직위원회 위원장인 황석영씨가 “장소 구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며 급하게 준비된 행사임을 간접 증언했다.

이날 발제자였던 미국 워싱턴대학 한스 부흐 교수 등은 전란 중인 아프가니스탄 방문 경험 등을 소개하며 전쟁의 위협과 평화 유지의 필요성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행사가 시간에 쫓겨 진행되면서 참석한 작가들의 충분한 발표와 깊이 있는 토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50여명의 방청객들도 조직위 관계자들이나 초청된 해외 인사들이 대부분이어서 일반인들의 참석은 극히 저조한 모습이었다.

세계작가회담은 30일까지 철학마당 느티나무와 극동문제연구소 등에서 문학카페와 초청 문인들의 작품 낭송, 심포지엄 등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그러나 모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을 한자리에 초청한 국제행사가 주최측과 몇몇 문인들만의 행사로 변질돼 버려 국제 행사 다운 보다 면밀한 준비가 아쉬웠다는 지적이다. 조직위측은 평화촌 행사를 처음 기획한 취지와 이번 세계작가회담이 내건 ‘인류의 화해와 평화’라는 캐치프레이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