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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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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23>

제5강 주역(周易)-3

***2. 주역의 구성**

<그림>

위에 보이는 그림이 주역의 구성을 개략적으로 표시한 것입니다.
태극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兩儀)가 사상(四象)을 낳고 사상이 팔괘(八卦)를 낳습니다.

여러분은 아마 팔괘 중에서 태극기에 있는 4개만 보았을 것입니다. 다른 것은 처음 보지요? 음양을 나타내는 부호를 효(爻)라고 합니다만 이는 물질성을 구성하는 요소 같은 개념입니다.

물론 효사(爻辭. 점을 친 문자기록)에서는 그것을 어떤 단계의 의미로 읽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사람의 의미로 읽기도 하고 어떤 지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단 8개의 괘(卦)를 중심으로 주역을 거시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괘(卦)는 걸다는 뜻입니다. 걸어 놓고 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괘에다가 어떤 의미를 담아 놓는다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8개의 괘에는 각각 이름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8개의 이름은 물론이고 그 모양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각 괘의 작용과 성질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위 표에서는 가장 간단하고 일반적인 의미만을 표시하였습니다.

***3.효와 괘의 의미**

도대체 이 효와 괘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에 대하여 매우 난감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예를 들어봅시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물(事物)이 있고 사물과 사물이 관계하여 이루어내는 사건(事件)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사건이 중첩되거나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태(事態)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비상사태 또는 전쟁상태라는 표현도 가능합니다. 효와 괘는 이를테면 사물과 사건에 해당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주역의 각 구성부분을 이러한 세계를 이해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규칙적이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효(爻)가 사물을 의미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사상(四象)이 그러한 개념으로 사용되기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괘(卦)가 그런 의미를 띠기도 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주역의 각 구성부분은 어느 경우든 사물, 사건, 사태와 같은 범주적 개념으로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범주적 인식이 곧 철학적 인식입니다. 주역의 범주는 기본적으로 객관적 물질세계의 연관성으로부터 도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역(簡易)이기 때문에 물질세계의 복잡한 연관을 모두 담아낼 수는 물론 없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각 구성부분을 여러 범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범주가 매우 중층적입니다. 결코 단선적이지 않습니다. 이 점에 대하여는 앞으로 예제를 통하여 설명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역의 판단형식이 매우 중층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판단형식에 비하여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아가 서구적 사고양식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시실입니다. 주관적인 판단형식으로서의 범주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객관적 세계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바로 이 판단형식에 있어서의 단순함이 근대성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에게는 누구나 각자의 사회관이 있습니다. 그러한 사회관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사회관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의 인식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관과 인간관 등 여러분이 익숙하게 구사하고 있는 인식 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는 개인의 집합이다’ 또는 ‘인간은 이기적이다’와 같은 인식 틀을 봅시다. 이러한 사고는 매우 단순한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는 개인을 분석함으로써 개인의 집합인 사회 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틀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이기적이다라는 인식으로부터 사회변화를 설명하는 한 자본주의의 시장원리가 지양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어집니다.

이러한 인식 틀은 사회를 단일한 요소로 환원하여 단순화하는 것입니다. 사회를 개인의 단순한 양적 확대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주역의 구성과 비교하자면 효(爻)로써 8괘인 소성괘를 설명하고 나아가 64괘인 대성괘마저도 효의 단순한 집합으로 설명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극히 일차원적 사고방식입니다.

이와는 달리 이를테면 계급적 관점으로 사회구성을 설명하는 소위 좌파적 인식 틀은 어떻습니까? 신분(身分)이나 혈연(血緣)이나 다른 집단을 단위로 하여 사회구성을 이해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개인과는 다른 범주로 사회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사회구성에 대한 것만 아니라 세계의 변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구조를 반성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의외로 기계적이고 단선적인 논리로써 변화를 읽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당구공과 당구공이 부딪치는 경우처럼 원인과 결과라는 단선(單線) 논리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효와 괘를 어떤 의미로 이해할 것인가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예를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들의 주관적 판단형식으로서의 범주적 인식의 단순함을 반성하자는 것이 첫째이고 둘째는 앞으로 검토하게 되겠지만 이러한 우리들의 인식 틀에 비하여 주역은 객관적 세계의 연관성을 훨씬 더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두고자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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