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쇼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행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굳이 이 앞에서 집회를 해야겠습니까?”
“어린이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더더욱 집회를 해야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전쟁이 아닌 평화를 가르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란한 에어쇼 뒤편에서 국민세금 빠져 나간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행사장 입구에서 집회를 가지려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군사보안에 저촉된다며 집회 장소를 옮기라는 군인들간의 실랑이는 20여분간 계속됐다.
서울 에어쇼 2001 퍼블릭데이(일반관람객의 날) 첫날인 지난 19일 오후 1시, 행사장 입구에서 대형 공격용 무기 도입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려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공동대표 : 문규현 서경원 등 5명)이 주최한 이 집회에서 서경원 대표는 “현재 국방부는 대형 공격용 헬기 2조1천억원, 차세대 전투기 4조3천억원, 차기 유도무기 2조3천억원, 해군의 이지스함 9천2백억원 등 총 10조5천억원에 달하는 대형무기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서민들의 사회복지비가 축소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또 서 대표는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평화군축으로 나가야 할 정부가 도리어 대형무기도입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 맞는 평화통일의 호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말했다.
***누구를 위한 공격형 무기 도입인가**
서 대표는 이어 “현재 대형 무기도입과 관련된 논의가 각국의 무기 성능과 기술이전 조건에 대한 비교,분석에만 집중되고 있다”며 “가장 좋은 무기를 들여와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그에 앞서 대형 공격용 무기가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무기도입사업에 대해 참여연대 이태호 투명사회국장은 “무기도입의 효용성에 대해 좀더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AH-64D 등 공격용 헬기는 걸프전에서는 큰 위력을 발휘했지만 코소보전에서는 거의 쓰이지 못했다”며 “우리나라와 같은 산악지형에서 공격용 헬기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보다 남한의 재래식 전쟁 수행 능력이 월등한 조건에서 차세대 전투기 도입은 불필요한 예산 낭비”라고 말했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강진구 집행위원장도 “지난 2월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한국 차세대 전투기 사업기종으로 보잉사의 F15K 전투기를 채택하는 방안을 고려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는 등 끊임없이 압력을 행사해 왔다”며 무기 선정과정에서 미국의 압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강위원장은 “미국 보잉사의 F15K는 한국이 구입하지 않으면 그 생산라인이 폐쇄될 처지에 있는 낡은 기종”이라며 “국방부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으로부터 89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하는 무기를 구입하는 과정에서도 이미 폐기된 기종을 도입해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무기도입, 남북관계에 악영향**
무기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또 “지금은 오히려 평화 군축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차세대 전투기와 같은 공격형 무기도입은 6.15 공동선언 이후 화해무드를 타고 있는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서경원 대표는 “분단 이후 처음 맞은 민족 통일의 호기에 북한을 적으로 삼는 대결적인 자세를 고수하고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전력증강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어려운 국가 경제를 위해 과감한 군축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노동자, 농민들을 위한 복지 정책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은 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 회관 소회의실에서 대형 공격용 헬기 도입 등에 대한 토론회와 대형 공격용 헬기 도입 저지와 평화 군축 실현을 촉구하는 집회를 오는 30일 국방부 앞에서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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