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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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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12>

제2강 시경(詩經)-2

앞에 소개한 ‘여분‘은 국풍(國風)에 속하는 시입니다. 시경에는 모두 3백5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그 중에 가장 많은 것이 각 나라에서 수집한 민요인 국풍입니다. 전체 수록 편수의 절반이 넘는 양입니다.

국풍(國風)은 각국의 채시관(採詩官)이 거리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백성들의 노래를 수집한 것입니다.. 수집된 노래는 태사(太師)에게 바쳐졌고 태사는 다시 이 가운데서 음률에 맞는 것을 골라 천자에게 바쳤다고 전합니다.

採詩(채시,채시관)--> 獻詩(헌시,사대부가 천자에게)-->刪詩(산시,공자)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전해집니다. 공자가 산시(刪詩)했다는 설은 믿을 수 없지만 시경을 교육 관점에서 접근한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처럼 백성의 노래를 수집하는 주(周)나라(BC 1026-403)의 전통은 한(漢) 이후에도 이어져 악부(樂府)라는 관청에서 백성들의 시가를 수집하게 됩니다.

이렇게 수집 정리된 시경은 약 3천여 년 전의 시로서 세계 최고(最古)의 시입니다. 은(殷)말 주(周)초인 BC 12세기 말부터 춘추(春秋)중엽인 BC 6세기까지 약 6백년 간의 시(詩)와 가(歌)를 모아 BC 6세기경에 편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주(周)나라 초에(기원전 10세기) 이미 시경이 편찬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시경은 중국의 사상과 문화의 모태가 되고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인정합니다. 시경은 제후국간의 외교 언어로 소통되었으며 이를 통하여 공통언어가 성립되고 나아가 중국의 문화적 통일성에 중요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기강이 어지러워지고 민중적인 정신이 피폐해지면 고문(古文)운동, 신악부(新樂府)운동 등 시가(詩歌)혁신운동을 벌여 시경의 정신으로 돌아가 민중에게 다가서자고 호소합니다.

시경의 이러한 사회시(社會詩)로서의 성격은 문학예술의 사실주의적 전통으로 이어졌으며 동시에 고대사회를 이해하는 귀중한 사료로 시경의 가치가 인정되기도 합니다.

다음 시 한 편을 더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木 瓜(衛風)

投我以木瓜 報之以瓊琚 匪報也 永以爲好也
投我以木桃 報之以瓊瑤 匪報也 永以爲好也
投我以木李 報之以瓊玖 匪報也 永以爲好也

瓊(경)-구슬. 琚(거)-패옥. 瑤(요)-옥이름. 玖(구)-옥이름.

해석은 제가 번역한(공역입니다만) ‘중국역대시가선집’의 역문을 그대로 읽어드립니다.

<모과>

“나에게 모과를 던져주기에 나는 아름다운 패옥으로 갚았지. 보답이 아니라 뜻깊은 만남을 위해서라오. 나에게 복숭아를 던져주기에 나는 아름다운 패옥으로 갚았지. 보답이 아니라 변함 없는 우정을 위해서라오. 나에게 오얏을 던져주기에 나는 아름다운 패옥으로 갚았지. 보답이 아니라 영원한 사랑을 위해서라오.“

경거(瓊琚), 경요(瓊瑤) 경구(瓊玖)는 2절 3절에서 단조로운 반복을 피하려고 변화를 준 것입니다. 오늘날의 노래가사도 마찬가지지요. 경거, 경요, 경구 어느 것이나 아름다운 패옥으로 풀이해도 됩니다.

그리고 永以爲好也는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정도가 어울리는 해석입니다. 역시 단조로운 반복을 피하기 위하여 만남이나 우정으로 번역하여 변화를 주려고 한 것이지요.

모시서(毛詩序)에서 이 시는 제(齊)나라 환공(桓公)을 기린 시라 하였으나 완벽한 연애시라 해야 합니다. 당시에는 남녀간의 애정표시로서 과일을 던지는 풍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합니다.

이 시는 남녀가 편을 나누어서 화답(和答)하는 노래, 또는 메기고 받는 노래(독창 + 衆唱)로 추측됩니다. 이 시에서는 남녀간의 애정표현의 자유로움뿐만이 아니라 놀이의 풍습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 시 역시 위(衛)나라에서 수집한 민요 즉 국풍입니다.

민요시인 국풍 이외에 궁중에서 연주된 의식곡도 있으며 무용곡(舞踊曲)도 있습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시경의 분류에 관하여 이야기를 조금 더 하지요.

시경은 그 내용에 따라 풍(風), 아(雅), 송(頌), 표현기법에 따라 흥(興), 비(比), 부(賦)로 분류합니다. 이 6가지를 시경(詩經) 육의(六義)라 합니다. 풍(風)은 위에서 소개한 ‘여분‘과 ‘모과‘에서 설명하였듯이 황하를 중심으로 한 각 지방<주남(周南) 소남(召南) 용(鄘) 패(邶) 회(檜) 조(曹) 빈(豳) 등 15개 제후국>에서 수집한 민요이며 국풍(國風)이라고 합니다. 160편이 실려 있습니다.

아(雅)는 1백5편이 실려 있는데 궁중에서 연주된 의식곡(儀式曲)으로 대아(大雅-饗宴의 노래) 31편과 소아(小雅-제후가 천자를 뵐 때 연주하는 노래) 74편이 전합니다. 대부분 귀족들의 작품입니다.

송(頌)은 용(容)과 같은 의미입니다. 종묘(宗廟)의 제사 때 연주된 노래로서 무용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송(周頌) 31편, 노송(魯頌) 4편, 상송(商頌) 5편 총 40편이 전합니다.

이에 비하여 흥(興), 비(比), 부(賦)는 표현기법에 따른 분류입니다. 흥(興)은 읊으려는 것을 연상시키는 사물을 먼저 끌어들여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桃之夭夭 灼灼其華 之子于歸 宜其實家는 “복숭아 무성하고 그 꽃 붉고 붉도다. 큰애기 시집가네 그 집에 복덩이 들어가네“ 이런 뜻입니다. 먼저 복숭아꽃을 끌어들여 노래한 다음 본론으로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주자어록에는 어떤 물건을 빌어서 시작하지만 실상 본론은 그 다음 구절에 있다(借彼一物 以引起事 其事常在下句)고 합니다.

비(比)는 읊으려는 것을 비유로 표현하는 방식이며, 대창(對唱)의 한 형식으로 추측됩니다. 그리고 부(賦)는 읊으려는 사실을 그대로 표현하는 직서법(直敍法)으로서 독창(獨唱)에 적합한 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흥-->비--->부의 발전단계를 거친 것으로 추측합니다.

너무 딱딱한 이야기였습니다. 시경의 세계가 노래의 세계이며 노래에는 거짓이 없다고 하였습니다만 한대(漢代) 이후 경전화(經典化) 되는 과정에서 시경은 문학성이 상실되고 민중성이 왜곡됩니다. 대부분의 전(傳), 서(序)에서 애정(愛情)을 충성(忠誠)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그러나 시경의 독법은 사실성(寫實性)과 진정성(眞正性)에 있습니다. 공자는 시경의 시를 한마디로 평하여 ‘사무사(思無邪)’라 하였습니다. (詩三白篇 一言以蔽之思無邪)

‘사무사(思無邪)‘는 ‘거짓 없음‘입니다. 사(思)는 조자(助字)로 해석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사실성이 시경의 정신입니다.

학문이든 예술이든 있는 것을 사실대로 드러내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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