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명이 과학과 종교를 2개의 축으로 하는 구조임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서양문명뿐만 아니라 모든 사상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대립모순의 구조를 내장(內藏)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구조가 내재되어 있음으로서 역사적 실체로서 존재한다고 합니다. 정확하게는 모든 사상과 문명은 대립, 모순, 긴장, 갈등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양사상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양적 패러다임이 인문주의적이고 따라서 과학과 종교간의 모순이 없다고 했지만 이것은 그 자체를 실체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내부의 대립모순구조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동양적 패러다임에서는 그러한 모순이 적대적이지 않은 형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중용사상(中庸思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양사상의 2개의 축은 유가(儒家)와 도가(道家)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유가는 기본적으로 인본주의적입니다. 따라서 유가적 가치는 인문세계(人文世界)의 창조에 있습니다. 그것이 만물의 영장(靈長)으로서의 인간이며 문화생산자로서의 인간의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적극의지는 하늘을 다스리고 모든 것을 부리는 소위 감천역물(勘天役物)사상으로 나아갑니다. 바로 그 오만한 지점에 인간의 좌절과 인성의 붕괴가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인간중심주의, 좁은 의미의 인간주의가 갖는 독선과 좌절을 사전에 견제하고 사후에 위로하는 체계가 동양적 패러다임 내에 존재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유가의 대립면으로서의 도가라 할 수 있습니다. 도가는 기본적으로 자연주의입니다. 자연을 최고의 질서, 최선의 질서로 상정한다는 것은 먼저 이야기하였습니다. 자연이 가장 안정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이 생명과 지구의 역사가 임상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도가는 도법자연(道法自然)을 선언합니다. 사람은 땅을 배우고 땅은 하늘을 배우고 하늘은 도를 따르고 도는 자연을 따른다는 것이지요.(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 대하여 무위무욕(無爲無慾)할 것을 가르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오만과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는 유가의 인본주의를 견제하고 그 좌절을 위로하는 종교적 역할을 도가가 맡고 있는 것입니다.
인본주의와 완전지향이라는 지배이데올로기에 대하여 그것의 독선과 위선을 지적하는 반체제 이데올로기로서의 반대측면에 서로를 견제하면서 전체적으로 중용의 조화와 균형으로 이끌도록 하는 구조를 내장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사상이 다른 사상을 대립면으로 삼을 때 비로소 온전한 사상으로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넓은 의미의 관계론적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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