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의 347개 시민.사회단체들은 9일 오전 서울과 도쿄(東京)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테러 보복 전쟁과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반대하는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양국 시민단체들은 선언문에서 “미국의 보복전쟁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고 있어 아시아와 한반도의 평화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일본 정부는 미국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자위대의 군사력과 군사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며 “고이즈미 총리가 15일 방한, 김대중 대통령에게 자위대의 군사 활동에 대한 이해를 구하리라고 예상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환경연합 등 이번 공동성명에 참여한 한국의 319개 시민단체들은 10일 서울 명동성당 가톨릭회관에서 ‘반전평화 시국대선언 및 평화대행진’행사를 가진 후 프레스센터까지 가두행진을 벌인다. 또 오는 15일 고이즈미 수상 방한 시 일본의 군사대국화 기도에 항의하는 행동을 전개하며 22일에는 반전평화시위를 한국.일본.말레이시아.대만 등 아시아 9개국에서 동시다발로 개최할 예정이다.
일본측에서 28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이번 공동기자회견은 지난달 24일 한국측 시민.사회단체들이 일본측에 제의, 성사됐다.
***일본 군사대국화, 아시아 지역 '도미노 군사화'**
이날 기자회견단을 대표한 이시재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장은 입장 발언을 통해“최근 일본 고이즈미 정부는 미국의 보복 전쟁에 편승해 군사대국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또 "일본은 최근 미국의 보복전쟁에 자위대를 파견하기 위한 특별법을 마련했다"며 "이 법안은 자위대 파견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한정하던 것을 미군이 지원을 요청하면 전 세계 어느 곳에나 파견 가능토록 했고 경무기, 소총 등으로 무기 사용을 제한하던 조항도 없앴다"고 밝혔다..
이어 발언에 나선 이김현숙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대표는 “일본의 군사화는 곧바로 중국의 군사화를 가져올 것이며 중국과 인접한 인도, 파키스탄 등에도 영향을 미쳐 ‘군사화의 도미노 현상’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전쟁 공포뿐만이 아니라 빈곤 계층이 몰려있는 아시아 지역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종렬 민중연대 대표는 “일본 군사대국화의 일차적인 피해자는 바로 우리나라”라며 일본의 군사화가 한반도 평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테러범 처벌, 국제 협약 따라야"**
한편 임삼진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미국은 테러에 대한 보복전쟁을 선택함으로써 또다시 유혈충돌과 군사적 대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보복전쟁은 미국 시민을 테러로부터 보호할 수 없으며 세계 평화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임 처장은 “UN의 테러 국제협약은 테러에 대한 보복 전쟁을 금지하고 있다”며 “테러범 처벌은 이 국제협약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국 시민사회단체의 반전 기자회견은 지난 9.11 테러 이후 전세계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전쟁반대운동의 일환이다. 미국 테러 후 182회의 전쟁반대시위가 40여개국에서 일어났다. 이 시위들에 참여한 인원은 총 28만 5천여명에 이른다.
미국이 아프간 공습을 개시한 지난 8일 미국 뉴욕, 버클리 등에서 보복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으며, 독일의 베를린, 스페인의 마드리드 등지에서도 반전평화시위가 있었다.
한국은 테러 이후 현재까지 시민사회에서 100여건 이상의 전쟁에 반대하는 공식입장이 발표되었으며 다양한 단체와 연대기구들이 수십 차례에 걸쳐 반전평화집회를 개최했다. 일본 도쿄에서도 1,5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전집회가 지난 9월 24일과 10월 7일 두 차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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